‘오송회’ 9명 26년 만에 무죄 선고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3분


“명예 찾았다”전두환 정부 시절 대표적 공안 조작사건인 ‘오송회’ 사건 관련자들이 2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명예 찾았다”
전두환 정부 시절 대표적 공안 조작사건인 ‘오송회’ 사건 관련자들이 2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재판부 “판결 잘못 반성… 고통에 사죄드린다”

피고인-가족 “긴 세월 恨풀려” 얼싸안고 눈물

제5공화국 당시 대표적 공안 조작사건의 하나로 꼽히는 ‘오송회’ 사건 관련자 9명 전원이 2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한주)는 25일 오송회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이광웅(1992년 사망) 씨 등 전북 군산 제일고 전현직 교사 9명에 대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 등에 대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진술조서, 진술서 및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고문과 협박 회유에 의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 씨 등이 당시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김지하 시인의 시 ‘오적’과 월북 시인 오장환의 ‘병든 서울’을 읽고 암울한 정치현실을 비판했지만 북한의 사상에 동조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피고인들을 위로하고 과거 판결의 잘못을 반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부장판사는 “식사는 잘하셨습니까? 이 선고가 피고인들의 바람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며 재판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피고인 본인과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사죄를 드린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판부는 좌로도, 우로도 흐르지 않는 보편적 정의를 추구하고 정치권력이나 이익단체로부터도 간섭받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관료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법관이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공판이 끝나자 피고인들과 가족 등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면서도 지난 세월의 회한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 이광웅 씨의 부인 김문자 씨는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던 한이 다 풀린 것 같다”며 “하늘에 있는 남편도 기뻐서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송회 사건은 1982년 군산 제일고 전현직 교사들이 4·19혁명 기념행사를 치르고, 시국토론을 하며 ‘오적’을 낭송한 모임을 공안당국이 이적단체로 간주한 사건. 오송회라는 이름은 다섯(五) 명의 교사가 소나무(松) 아래에 모였다는 데서 붙여졌다.

이 사건과 관련된 9명의 교사는 1982년 11월 공안당국에 불법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당시 전주지법은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6명에게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으며 광주고법은 9명 모두에게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했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 사건에 대해 ‘불법 감금과 고문으로 조작한 사건’이라며 국가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며 관련자 9명은 같은 해 8월 광주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1988년 이들 교사 가운데 7명이 사면 복권되고 2명이 복직됐으며 현재 3명이 교사로 재직 중이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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