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붐비는 지하철역에서 승객을 전동차 안으로 밀어 넣던 '지하철 푸시맨'이 등장한 적이 있었지만 '버스 푸시맨'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과 서울을 잇는 성남시 분당구 서현 부근의 한 광역버스 정류장. 버스가 정류장에 접근하기가 무섭게 승객들은 도로로 뛰어들며 버스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버스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버스의 앞문 뒷문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버스에 올라탄 승객들은 복도를 비롯하여 앞뒤 계단, 심지어 버스의 앞 유리 아래까지 올라설 정도로 위험천만한 승차를 했다. 운전자 역시 전방과 후방 밀러 시야 확보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운전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밀치고 당기는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것도 비일비재. 워낙 타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렇게 해서라도 타지 않으면 남이 타는 거 구경만 하다가 세월가게 된다.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해도 5~6개의 버스를 놓치는 건 각오해야 한다. 취재를 하던 기자 역시 승차를 하기위해 30분가량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대여섯대의 버스를 놓친 뒤에야 간신히 올라 탈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성남시와 버스회사측은 얼마 전부터 직원들을 파견해 승차 도움에 나섰다. '푸시맨'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사람들을 밀어 넣다가 취재를 하던 기자를 보자 '커트맨(Cut Man)'으로 변신했다. 승객을 밀어 넣는 대신 승객들을 적당한 선에서 제지하는 역할로 바뀐 것이다.
'푸시맨'이든 '커트맨'이든 '승차도우미'로 나섰던 한 운송회사직원 A씨는 “정원만 태운채로 버스를 보내자니 버스를 타지 못한 승객들의 원성을 듣게 되고 손님을 다 태우자니 안전 운송 불이행 지적을 받게 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 확대 정책으로 내놓은 평일 버스전용차로제와 광역버스 환승 할인이 적용되는 통합요금제가 시행되면서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대중교통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 저렴한 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 난 것.
그러나 꼭 그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승객들은 “버스 전용차로제 시행 이후로는 일반차로가 너무 막히기 때문에 택시를 타거나 자가용을 이용하면 지각하기 일쑤다”며 “이렇다보니 출퇴근 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위험천만한 버스 승차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경기침체로 인한 버스 이용객 급증, 버스전용차로제의 역작용 등이 겹쳐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서울시내 전체 버스이용객 수는 올해 8월 평균 4992만명에서 9월 평균 5297만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9월 평균 5167만명에 비해 100만명 이상 늘어났다.
서울시 버스정책담당관은 “고유가와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년 4월 이후 버스 승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버스 승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버스 회사 및 관계기관들도 즐겁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도로는 한정돼 있는데 마냥 증차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당 노선 증차를 하자면 다른 노선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줄어든 노선 이용자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버스 승객들을 계속 위험에 노출 시킬 수는 없다. 승객들의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할 상황이다.
한편 버스뿐 아니라 지하철 이용객 수도 늘고 있다. 올해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191만630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01% 증가했다.
박태근 동아닷컴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