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도박판에 승부조작 매수

  • 입력 2008년 11월 26일 18시 52분


중국 도박판에 매수된 한국 축구계의 승부 조작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아마추어 축구 K3리그 선수들을 승부 조작(업무방해 등) 혐의로 적발한 데 이어 실업 축구인 내셔널리그 선수들도 같은 혐의로 무더기 입건했다. 경찰은 프로축구 K리그까지 혐의점을 두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실업리그 E구단 선수 4명과 구단 관계자, K3리그 P구단 선수 11명 등 모두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이에 앞서 21일에도 브로커 김모(40) 씨 등 2명과 K3리그 P구단 소속 선수 이모(28)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리그 선수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 씨 등은 중국에 수십억 원의 판돈이 걸린 축구 승부조작 인터넷 사기도박판을 벌이고 국내 축구 선수들을 매수해 일부러 경기에 지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일당의 마수에 걸린 이는 실업리그 E구단의 관계자 김모(29) 씨. 브로커로부터 "경기에서 질 때마다 1억 원씩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김 씨는 주전 선수들을 포섭해 8월16일, 10월22일, 11월1일 등 3경기에서 일부러 실점하도록 했다. 그러나 세 경기 모두 브로커의 의도대로 점수가 나오지 않아 김 씨와 선수들은 대가를 받지 못했다.

브로커들은 김 씨를 통해 소개받은 K3리그 P구단의 선수 이 씨에게도 승부 조작을 제안했다. 브로커들은 각 경기당 주전 선수에게는 200만 원, 다른 선수에게는 20만 원씩을 주는 대가로 일부러 경기에 지도록 요구했다. P구단 선수들은 10월25일 광주에서 열린 경기에서 7대 0으로 지는 등 3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했다.

브로커 김 씨 등은 승부를 조작한 뒤 중국 도박장 업주에게 경기 승패와 지정된 점수를 알려주고 대가를 받아 챙겼다. 한국에서 해당 경기가 열리는 시각, 중국 모처의 도박장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는 축구 경기를 보며 거액의 판돈을 거는 도박판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브로커 김 씨는 자신의 승부 조작을 방해한 선수에게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경기 결과를 누설한 선수에게 '중국에서 킬러가 건너와 있다'며 살해 협박도 일삼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K3리그와 내셔널리그 선수는 물론 감독과 심판, 구단 관계자 등 상당수가 승부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프로축구 K리그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여건이 열악한 리그에서는 승부조작에 취약한 점이 있겠지만 K리그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사태가 확대되자 대한축구협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경찰 조사와 별도로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감독들로부터 '승부조작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협회 측에도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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