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마에 독설, 잠들었던 꿈을 깨우다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세종문화회관이 창단을 결정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종나눔앙상블’ 오디션에 참가한 시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세종문화회관이 창단을 결정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종나눔앙상블’ 오디션에 참가한 시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종나눔앙상블’ 오디션 현장

40대 공인중개사 “연습 많이 못해 아쉬워”

5대1 넘는 경쟁률에 팽팽한 긴장감 감돌아

“지원자들 수준높아 11명 늘린 31명 뽑아”

“연락을 늦게 받아서 연습을 많이 못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너무 많이 틀려서 속상해요. 딱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윤경주·26·여·증권사 직원)

“얼떨결에 여동생이랑 함께 지원해 오게 됐는데 막상 오니 떨리네요.”(강용욱·32·대학강사)

20일 서울세종문화회관 연주단 건물에서 진행된 ‘세종나눔앙상블’ 오디션 현장에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꿈을 안고 모인 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아쉬운 한숨이 가득했다.

‘세종나눔앙상블’은 MBC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방영 이후 일반인들 사이에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자 세종문화회관이 창단을 결정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다.

이날 공식 오디션은 여느 프로 오디션 현장 못지않게 분위기가 뜨거웠다.

○ 오디션엔 팽팽한 긴장감 가득

직장인이 대부분이라 퇴근 시간에 맞춰 오후 7시부터 진행된 오디션.

1층 대기실에서는 일찍 도착한 지원자들이 막바지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빨리 악기를 튜닝해 준비한 곡을 한 번이라도 더 연주해 보려는 지원자들의 얼굴은 진지했고 악기 소리만이 흘러나오는 대기실에서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은 때문이다. 당초 20명을 예정한 이 앙상블에는 인터넷에 난 공고를 보고 270여 명이나 지원했다. 전문 연주자나 음대생은 창단 취지에 맞지 않아 걸러냈지만 그래도 지원자가 129명이나 됐다. 경쟁률이 5 대 1을 훌쩍 넘는 셈이다.

오디션장 내부도 대기실 못지않게 열기가 뜨거웠다.

나란히 앉은 4명의 심사위원은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부분을 다시 한 번 해보실래요.” “대학 시절 연주회 때 합주한 곡을 지금 한번 연주해 보시지요”라는 등의 주문으로 지원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루에 40분씩 연습할 수 있겠느냐” “매주 시간을 지킬 수 있느냐”며 지원자들의 성실성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물론 지원자들의 기지도 만만치 않아 “회사가 5분 거리다” “차에서도 연습했다”며 재기 있게 질문에 답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언제나 시험에는 아쉬움이 남는 법.

10년 전부터 취미로 딸과 함께 바이올린을 배워오다가 이번에 지원했다는 공인중개사 김석중(46·여) 씨는 “헨델의 소나타를 준비했는데 연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집으로 돌아갔다.

○ ‘베토벤 바이러스’가 현실로

뜨거웠던 오디션 열기에 심사위원들도 놀란 반응이었다.

오디션장에서 만난 심사위원 유남규(바이올리니스트) 씨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이 오디션을 보러 온 데다 그중에는 심사위원인 우리도 놀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지원자가 많아 세종문화회관은 26일 당초 예정 인원인 20명보다 많은 정단원 26명에 준단원 5명, 총 31명의 합격자를 뽑았다. 앙상블은 28일 예비소집을 거쳐 12월 5일 정식 창단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세종나눔앙상블’의 연주력 향상을 위해 유남규 씨를 비롯한 7명의 심사위원을 지휘자 및 음악강사로 초빙하기로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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