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옥씨 2년간 근저당…정씨 임의처분 막을 장치?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문제의 김해상가 구속된 정화삼 씨의 사위 이모 씨 명의로 등기된 경남 김해시 내동 건물의 1층 상가. 김해=최재호  기자
문제의 김해상가 구속된 정화삼 씨의 사위 이모 씨 명의로 등기된 경남 김해시 내동 건물의 1층 상가. 김해=최재호 기자
■ 정화삼씨 차명소유 김해상가 의혹들

5억 근저당 의문 홍씨, 지분 절반 확보했다가 盧정권 끝난직후 풀어

왜 김해에 샀나 건평씨 집서 차로 30분거리… 정씨 회사는 제주에

진짜주인은 누구 돈 출처 감추려 사위명의 매입… 檢, 실소유주 추적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동창이자 후원자였던 정화삼(구속) 씨가 세종캐피탈에서 받은 로비 성공 사례금 30억 원 중 9억2000만 원으로 매입한 경남 김해의 상가 건물 1층은 과연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에게 로비 대가로 건넨 것일까.

검찰은 “현재까지 이 상가는 정 씨 일가 소유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지만, 부동산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의혹투성이 부동산=문제의 부동산이 있는 곳은 경남 김해시 내동. 정 씨와 동생 정광용(구속) 씨가 이곳 출신이고 노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광용 씨가 이곳 김해에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왜 하필 김해에 부동산을 사뒀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정화삼 씨는 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내는 등 주로 충북 청주에서 활동했고, 2006년 당시에 대표이사를 맡았던 제피로스골프장은 제주에 있다.

이곳은 노 씨가 살고 있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18∼19km 떨어져 있고 승용차로 25∼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화삼 씨는 2006년 5월 29일 9억2000만 원에 이 부동산을 차명 구입했는데 1개월여 뒤인 같은 해 7월 7일 세종캐피탈 홍기옥(구속) 대표가 5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 이 근저당은 노무현 정부가 임기를 마친 지 며칠 뒤인 올해 3월 3일 해지됐다.

홍 씨는 세종증권 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첫 인물. 검찰 관계자는 “홍 씨가 로비를 주도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로비자금을 건넨 사람이 로비자금을 받은 사람이 구입한 부동산에 대해 2년 가까이 절반의 권리를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검찰 안팎에선 문제의 부동산을 정 씨 마음대로 처분하는 일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동산의 실제 소유주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그의 몫이 보장되고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홍 씨가 이 부동산의 권리를 자신의 명의로 제한하고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상가 매입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해석도 있다. 나중에 문제가 될 것에 대비해서 돈을 건넨 홍 씨로부터 매입 자금을 빌린 것으로 꾸미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노씨 몫’ 의혹 입증될까=부동산의 실소유주가 노건평 씨가 아니냐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태도는 신중하다.

만약 홍 씨나 정 씨가 문제의 부동산을 노 씨 몫으로 구입했다 해도 이를 어떤 식으로 입증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30억 원의 로비자금에 대해 절반 가까이 계좌추적을 끝냈다고 하지만 26일까지 30억 원 중 일부라도 노 씨에게로 흘러갔다는 단서나 진술은 얻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노 씨가 완강하게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최소한 홍 씨나 정 씨로부터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얻어내야 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관련자들은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검찰은 실소유주 문제를 밝히기 위해 정 씨 형제가 노모 명의로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의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게임장이 문을 닫은 뒤 부동산을 임대해서 얻은 임대 수익에 대한 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이 상가의 명의자인 정화삼 씨의 사위 이모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통령총무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이 씨는 장인의 요구로 명의를 빌려줬고, 청와대 근무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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