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같은 장학금… 한국에 평생 감사할 것”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서울대 외국인학생협회(SISA) 질소드 굴라모트 회장(왼쪽)과 파키스탄 유학생 샤키브 알리(가운데), 임란 칸 씨가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운 기자
서울대 외국인학생협회(SISA) 질소드 굴라모트 회장(왼쪽)과 파키스탄 유학생 샤키브 알리(가운데), 임란 칸 씨가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운 기자
■ 서울대, 외환위기국 유학생들에 장학금

“환란때 한국 유학생 지원했던 英처럼…”

파키스탄-우크라이나 학생 26명에 혜택

“죽어가는 환자에게 넣어주는 산소와도 같아요. 평생 감사할 겁니다.”

26일 서울대 외국인학생협회(SISA) 사무실에서 만난 파키스탄의 젊은 엘리트들은 오랜 체증에서 벗어난 듯 환한 표정이었다.

무슬림 특유의 긴 검은색 수염을 늘어뜨린 샤키브 알리(27·전기컴퓨터공학 석사과정) 씨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키스탄 정부가 교육예산을 무려 60%나 감축해 국비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며 “서울대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대상국인 파키스탄과 우크라이나 출신 유학생 26명(파키스탄 24명, 우크라이나 2명)에게 특별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당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봉착하면서 자국 유학생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알리 씨와 그의 친구 임란 칸(27·기계항공공학 석사과정) 씨는 파키스탄 국립과학기술대 등을 나온 엘리트들. 이들은 파키스탄 고등교육부의 선발을 거쳐 올해 2월 서울대 석사과정에 나란히 입학했다. 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본국으로 돌아가 정부와 산업계의 핵심 인력으로 활약하게 된다.

알리 씨는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갈 수도 있었지만, 고도 성장국인 한국을 배워야 조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칸 씨도 “다른 선진국의 대학 실험실과 비교해도 서울대의 수준은 훌륭하다”며 “유럽에 비해 실험실의 실습과정이 탄탄해 특히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할랄 푸드’(이슬람교 의식을 거쳐 도살한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를 조리해야 하기 때문에 부엌이 없는 학내의 값싼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신세.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지만 이마저도 버겁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부엌을 갖춘 BK국제관 숙소를 파키스탄 학생들에게 제공해 줄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의 이 같은 배려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한국 유학생들에게 1인당 3000∼5000파운드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당시 케임브리지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이현숙 교수는 “누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학교가 장학금을 주어 무척 놀랐었다”며 “이번 결정은 국가 이미지 홍보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