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켐스 인수에 50억 써… 검찰, 비자금 수사 박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회장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중수2과는 26일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해 온 농협 자회사였던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함께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수사 검토 중인 박 회장 관련 의혹은 ‘백화점’ 수준이다.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혐의 외에도 회사 운영과 관련한 비자금 조성 의혹,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세종증권 주식 차명 거래로 거액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까지 박 회장 관련 수사 대상이 4, 5가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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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 중점 수사=검찰은 일단 박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26일 “넘겨받은 국세청 자료 검토를 일부 끝내고 국세청 고발과 관련한 공무원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7월부터 실시한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박 회장이 거액을 탈세한 혐의를 확인하고 최근 박 회장을 고발하면서 세무조사 자료 등을 검찰에 넘겼다.
국세청이 검찰에 넘긴 자료에는 비자금 조성 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세금을 포탈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빼돌려 적지 않은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하면서 내지 않은 세금도 수사 대상이다.
▽세종증권 거래 차익이 휴켐스 매입 대금으로=세종증권 주식 거래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과 연결된 사건이다.
검찰은 이미 박 회장이 본인 또는 차명으로 세종증권의 주식을 사고팔아 100억 원+α의 차익을 거두었으며, 이 차익의 상당 부분이 휴켐스 매입대금으로 들어간 사실을 파악했다.
박 회장 측은 26일 박 회장이 자신과 부인 명의로 세종증권 주식 87만 주(41억 원)를 실명 거래해 94억 원을, 지인 정모 씨와 박모 씨 명의로 110만 주(69억 원)를 차명 거래해 84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고 밝혔다.
총 110억 원(197만 주)을 투자해 178억 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주식을 팔아 마련한 288억 원 중 휴켐스 인수비용을 제외한 178억 원은 국내외 사업비로 썼고, 60억 원은 세종증권이 아닌 다른 업체 주식을 구입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주식거래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조사자료도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은 농협이 2006년 6월 휴켐스의 주식 46%를 1777억 원에 태광실업에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최종적으로 300억 원가량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양도한 것에 대한 것이다.
그 밖에 박 회장은 경남 김해시 땅 차명매입 의혹도 받고 있다. 다른 사람을 내세워 2002년 10월 11일 한국토지공사 측으로부터 김해시 외동의 토지 7만4470m²를 매입하는 등 차명매입 또는 명의신탁을 했다는 내용이다.
한편 박 회장은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심한 압박감에 시달려 체중이 늘었으며 정신과 치료를 위해 며칠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2006년 미공개정보 이용 무혐의 석연치 않아”
대검, 증권선물거래소도 수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옛 세종증권이 농협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매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으나, 무혐의 처리하고 금융감독원에 통보하지 않았던 증권선물거래소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당시 조사 과정에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조사를 벌였던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산하 ‘심리부’는 세종증권 주식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2005년 9월 1일부터 2006년 1월 23일까지를 심리대상기간으로 설정해 조사했다.
세종증권 주식은 2005년 8월경 주당 5000원 선 전후로 거래되다가 2006년 1월 10일 2만4300원까지 올랐다.
통상 증권선물거래소는 심리대상기간에 통상적인 거래 수준을 초과하는 집중매수를 한 계좌가 있는 경우 혐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이에 대한 심리를 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26일 보도자료 등에서 “심리대상기간에 특정인에 의한 대량의 매도 물량(박연차 회장 측 물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이 물량의 매수시점이 심리대상기간보다 훨씬 이전에 있어 심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조사를 종료한 점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조사 경위 및 결과와 종결한 경위까지 확인할 방침이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