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옹진섬사랑 방과 후 학교’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6시 29분


“도심의 사설학원 안 부러워요”

골프-벨리댄스 등 문화-레저-스포츠 강좌 개설

섬 주민에 무료 강습… 지역문화센터 역할 수행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 사는 주부 김정순(35) 씨는 요즘 두 딸과 함께 벨리댄스에 푹 빠져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덕적도 통합학교인 덕적초중고교(교장 김한규)에서 열리는 벨리댄스 강좌에 참가하는 재미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

김 씨는 “섬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 혜택이 사실상 전무했는데 학교에서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강좌를 열어 삶의 질이 향상됐다”며 “모든 강좌를 외부강사가 아닌 교사들이 직접 맡아 가르치고 있는 데다 대부분 무료 강좌여서 육지에 있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옹진군과 인천 남부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옹진섬사랑 방과 후 학교’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섬 주민의 평생교육 일환으로 펼쳐지는 방과 후 학교에서는 도심의 사설학원 못지않은 다양한 문화, 레저, 스포츠 강좌가 열려 주민들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올 3월부터 골프와 벨리댄스를 배우고 있는 덕적도의 주부 유미라(33) 씨는 “섬이란 특성 때문에 별다른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했는데 남편과 함께 골프를 배우면서 즐거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덕적초중고에서 이뤄지는 강좌는 골프, 테니스, 야구, 헬스, 벨리댄스, 요가, 당구 등 레저에서 색소폰 연주, 컴퓨터, 노래, 예쁜 글씨 쓰기 등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주 2, 3차례 오후 7∼9시에 열리는데 정규수업을 마친 초중고교생 자녀들과 함께 강좌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아 가족 간 화합에도 한몫하고 있다.

다양한 강좌가 열리면서 5월엔 ‘덕적 가이즈’라는 야구팀이 탄생하기도 했다. 30대 중반의 주민 21명이 주축이 된 덕적 가이즈는 육지 팀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치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과 후 교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찾아가는 강좌도 열고 있다.

매주 목요일 덕적면 서포리주민자치센터에서는 교사 2명이 출장을 나가 컴퓨터와 생활미디어 강좌를 실시한다. 이 중 생활미디어반은 노인들이 다루기 어려운 휴대전화, TV 등 전자제품 사용법 등을 강의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옹진섬사랑 방과 후 학교는 덕적도 외에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등 서해 5도와 영흥도 등 인천 앞바다 섬의 9개 초등학교나 중고교에서 무료로 운영 중이다.

이들 학교에서는 컴퓨터, 한국화, 노래, 서예, 한지공예, 사물놀이, 들꽃재배, 지역탐사 등 문화 교양 강좌와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 탁구, 볼링 등 스포츠반을 개설하고 있다.

남부교육청과 옹진군은 이들 학교에 강사료와 교재비, 강좌 관련 각종 행사비 등을 전액 지원해 주민들이 전혀 부담 없이 참여하도록 배려했다.

남부교육청 신건수 장학사는 “옹진섬사랑 방과 후 학교가 지역문화센터 역할을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교육인프라가 부족해 불만이 많았던 섬 주민들에게 교육환경 불평등을 해소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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