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본 수출길 4년 두드려 뚫었죠”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27일 문윤환 씨가 불황을 이기게 해준 일본 수출 주력 품종인 ‘세엽풍란’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동영  기자
27일 문윤환 씨가 불황을 이기게 해준 일본 수출 주력 품종인 ‘세엽풍란’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동영 기자
풍란 수출로 불황 이기는 문윤환씨

《경제는 진작부터 한겨울에 들어갔지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 문윤환(41) 씨의 풍란 재배 농장에는 아직 훈풍이 불고 있다. 화훼 시장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소비가 크게 줄었지만 문 씨는 4년간 준비한 일본 수출이 올해부터 시작되면서 위기를 비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日도매상에 꾸준히 샘플 보내 신뢰 얻어

“한국보다 2,3배 가격… 엔고 지속도 도움”

27일 오전 3300m²인 문 씨의 비닐하우스 농장에는 50여 종의 풍란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중 대자금, 세엽풍란, 달마, 주천왕, 황화 등 20여 종은 올해부터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풍란은 크기가 5∼10cm 정도로 아담하고 꽃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나는 데다 재배가 까다롭지 않아 일본인들이 좋아한다. 문 씨는 일본으로의 수출 활로를 뚫기 위해 4년여간 치밀한 준비를 해 왔다.

그는 수시로 일본을 찾아가 소비자들이 어떤 풍란을 선호하는지 조사해 왔고 일본에서 열리는 여러 화훼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여해 자신의 풍란을 알렸다.

경매에 참여한 도매상인이 풍란 가격을 정하고 이후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과정을 일본 현지에서 익히기도 했다.

소량 생산해 고가로 판매하는 일본 풍란 시장은 생산자와 유통업자가 대를 이어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할 뿐 좀처럼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지 않아 그를 어렵게 했다.

하지만 그가 키우는 풍란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수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일본 도매상인들에게 꾸준히 4년 동안 샘플을 보내 신뢰를 얻었고, 그런 뒤에야 수출길이 열렸다.

일본 풍란 시장에서는 꽃이 피었을 때의 사진이 담긴 재배 안내 푯말을 붙이고 있어 국내에서는 하지 않았던 안내 푯말도 제작했다.

한국 시장에 팔 때보다 2∼3배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엔고 현상까지 겹쳐 문 씨는 일본 시장 수출로 요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그가 올린 수출실적은 5만 달러. 문 씨는 “수출 시장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일본 시장을 개척해 둔 덕분에 불황에서 조금은 비켜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내년 중 영어로 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할 생각이다.

농장을 찾아와 풍란을 사 가는 일본인 보따리 상인들이 미국, 유럽으로 수출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 풍란이 미국, 유럽에서도 잘 팔린다니 내년에는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수출길을 열어 불황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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