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씨 형제 진술 확보… 노씨 내주초 소환키로
국세청 “박씨, 홍콩에 유령회사 세워 비자금 조성”
盧정부 특정 시기에 집중 인출… 정치권 유입 수사
농협의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세종캐피탈 측 로비 자금의 일부로 만들어진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사실상 동업했다는 사건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화삼(구속) 씨 형제가 2006년 2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 성공사례금 명목으로 세종캐피탈 홍기옥(구속) 대표로부터 30억 원을 받은 뒤 경남 김해시 내동 C빌딩 상가 1층에 차린 성인오락실 ‘리치게임랜드’의 일부 지분이 노 씨의 몫으로 배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씨 형제 중 한 명에게서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도와줬기 때문에 오락실을 노 씨와 사실상 동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락실 운영에 관여한 사람을 소환해 오락실의 수익 중 일부를 노 씨나 노 씨의 가족이 가져갔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다음 주 초 노 씨를 소환해 로비 청탁을 수용한 대가로 오락실을 동업한 혐의가 확인되면 알선수재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당시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농림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파악했다.
한편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해외법인의 위장거래로 800억 원의 비자금(이자 200억 원 포함)을 조성한 정황이 확보된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본보 26일자 A3면 참조
조세포탈액 엄청나서? 긴박한 위법사실 포착?
검찰은 박 회장의 비자금이 관리된 차명 계좌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특정 시기에 매일 현금으로 수천만 원씩 집중적으로 인출된 내용 등을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특정 시기에 수시로 출금한 이 자금이 정치권에 건네진 불법 정치자금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국세청이 21일 박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에 넘긴 자료에는 800억 원의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용처를 파악할 근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태광실업은 홍콩에 유령회사(서류로만 존재하는 가짜 회사)를 세운 뒤 이 회사가 베트남, 중국에 있는 태광실업 해외법인과 거래한 것처럼 꾸며 유령회사가 10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리도록 했다.
박 회장은 유령회사가 올린 수익에 대해 배당금을 받는 형식으로 800억 원을 모아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했으며, 국세청은 이 배당금 수입에 대한 세금 200억 원을 포탈한 혐의로 박 회장을 고발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