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권 핵심후원자의 ‘비자금 뭉칫돈’ 어디로 흘러갔나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3시 00분


■박연차씨 800억 조성…매일 수천만원씩 인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홍콩 유령회사와 해외법인들 간의 허위거래로 조성한 800억 원(이자 200억 원 포함)의 비자금 차명계좌에서 특정 시기에 매일 수천만 원씩의 현금이 집중적으로 인출된 사실이 밝혀져 왜 그렇게 인출했는지, 돈은 어디로 갔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한 국세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겨받아 이미 돈의 흐름과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왜, 수시로 돈 인출했나=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특정 시기에 자신의 비자금 관리 계좌에서 매일 수천만 원씩, 일주일에 수억 원씩 현금을 인출했다.

박 회장 사건을 맡은 대검 중수2과는 뭉칫돈 인출과 관련해 특히 지난 노무현 정부 기간 내내 박 회장과 옛 정권 실세 정치인들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았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창 정화삼 씨,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핵심 후원자 3인방 중 한 사람으로 옛 정권 실세들에게 안정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이 널리 퍼져 있는 상태다.

검찰은 세무조사를 담당한 국세청 직원에 대한 고발인 조사로 탈세 및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현금이 뭉칫돈으로 움직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27일 “태광실업 등에 대한 회계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회계분석은 검찰이 어느 국가 기관보다도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무조사와 다른 차원에서 회계분석을 별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 의미심장하다.

▽비자금 어떻게 조성했나=태광실업은 해외 유명 상표의 러닝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업체로 해당 상표의 러닝화 생산 업체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경남 김해시에 있는 태광실업 본사가 개발하고 디자인한 제품을 베트남 호찌민(1994년 설립)과 중국 칭다오(1995년 설립)의 현지 공장에 보내면 이 현지 공장에서는 연간 1740만 족의 러닝화 완제품을 생산한다.

검찰과 국세청에 따르면 박 회장은 홍콩에 유령회사를 차려 놓고 해외법인이 이 유령회사로부터 구매하지도 않은 특수 원단과 러닝화 재료 등을 구입한 뒤 대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지난 수년간 유령회사에 수익을 축적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 유령회사로부터 장기간 배당수익을 받는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8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를 차명계좌에 관리해 온 사실이 국세청 세무조사로 드러났다.

박 회장 측은 문제의 돈 가운데 200억 원 정도가 홍콩에 남아 있고 나머지는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에서 현지 정부 고위층 관계자에 대한 로비 자금 및 사업 확장 비용 등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환율과 회사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홍콩 현지법인을 운영했을 뿐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 했던 것은 아니며 배당금도 해외에서 썼지 국내로 들여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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