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朴농림 실무진 반대불구 뒤늦게 승인
한덕수 부총리 - 김영주 경제수석과도 협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5년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이를 승인하는 권한을 가진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를 상대로 로비가 있었던 흔적을 발견하고 이 부분도 수사하고 있다.
2005년 7월경 농협의 인수 대상으로 세종증권과 SK증권, 브릿지증권 등이 3파전을 벌이는 상황이었지만, 그해 11월까지도 인수작업은 답보상태였다.
농민단체로부터 “농협이 생산자 단체보다 금융 쪽에만 신경을 쓰느냐”는 비판을 받던 농림부가 부담을 느끼고 농협의 증권사 인수를 재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박홍수 당시 농림부 장관이 11월 들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산자 단체를 위한 경제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출하면 증권사 인수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그는 경남 남해 출신으로 정대근(수감중) 전 농협중앙회장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등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농협은 그해 12월 초에 “신용사업의 수익으로 경제사업을 강화하고 농산물 유통채널을 혁신하겠다”는 의사를 농림부에 제시해 증권사 인수 재가를 받아냈다.
당시 농림부 실무진은 반대했지만 결국 박 전 장관은 최종 승인을 내줬으며, 이 과정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김영주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세종증권 인수를 대가로 홍기옥(구속) 세종캐피탈 대표에게서 50억 원을 받은 정 전 회장이 이 돈 중 일부를 농림부 관계자에게 건넸는지, 또는 세종캐피탈 측에서 곧바로 농림부 측에 로비를 벌였는지를 확인 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홍수 전 장관이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있던 6월 타계해 농림부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이 쉽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검찰은 홍 대표가 정화삼 씨 형제에게 로비 성공사례비 명목으로 2006년 2월 30억여 원을 건네기 전에 2005년 3월경 수억 원을 정 씨 형제에게 ‘로비 착수금’ 명목으로 전달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