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당시 동아일보 보도내용, 무죄선고 주요 자료로

무기수 정원섭 씨의 억울한 사건은 동아일보 법조팀에게 낯설지 않은 사건이었다. 정 씨의 항소 및 상고심 국선변호인을 맡았던 고 이범열 변호사는 1994년 한 법조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정 씨 사건만 생각하면 창자가 부글부글 끓는다"고 적었다. 고문에 의해 조작되고 잘못된 재판에 의해 실체가 뒤바뀐 사건이라는 지적이었다.

취재팀은 2001년 3월 정 씨의 재심을 맡은 박찬운 임영화 변호사와 함께 1000쪽이 넘는 사건 기록과 빛바랜 1, 2, 3심 판결문을 꼼꼼히 읽고 분석했다. 정 씨가 무죄인지 단정할 수 없었지만 그에 대한 유죄의 증거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취재팀은 강원 춘천시 홍천시, 충남 천안시, 경남 진주시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사건의 증인들과 수사경찰관들, 검찰 관계자, 재판부를 만났다.

수사경찰관과 검찰 관계자들은 대부분 정 씨가 주장한 수사 과정의 고문과 협박을 부인했지만 일부 경찰관은 "정 씨가 없는 말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시인했다. 또 사건 증인들은 하나같이 "경찰의 협박과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에 못 이겨 정 씨가 범인이라고 거짓 증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이 내용들을 1면과 사회면 등에 10여 차례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고, 이는 이번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중요한 자료로 제출됐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