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25일자 A12면 참조
메일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교사의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는 일부 메일에도 놀랐지만, 비교적 점잖게 보내 온 메일에서도 대부분 교사가 ‘차등 성과급을 나눠 갖는 것이 옳다’고 주장해 당황스러웠다.
차등 성과급은 교사의 1년 동안 성과를 평가해 부여한 등급(A∼C 혹은 A∼D)에 따라 금액 차이를 둬 지급하는 일종의 보너스다.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교단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2002년부터 도입했다.
그런데 일선 교사들이 좋은 등급을 돌아가면서 받는 ‘순환등급제’와 성과급 차액을 모아 똑같이 나눠 갖는 ‘n분의 1 균등분배’로 차등 성과급을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항의 글을 보내 온 교사들은 “교사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평가가 불가능하다” “차등 성과급이 오히려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돈 몇 푼으로 교사의 자존심을 짓밟지 말라” “차등 성과급은 원래 교사 급여 인상분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표현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결국 교사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며, 이 때문에 차등 성과급을 나눠 갖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주장과 동일하다.
그러나 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친 교사에게는 더 많은 상여금을 줘야 하고, 그렇지 않은 교사들을 반성하게 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으로 평가를 무력화하고 교사들끼리 담합해 ‘중간 정도만 하자’는 태도야말로 우리 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교과부 조사 결과 학부모의 65%도 교원평가를 찬성하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그 방법을 논의해야지, 평가 자체를 거부할 때가 아니다. 교사들의 차등 성과급 지급에만 쓰이는 예산이 1조800억 원이다. 이 돈을 ‘나눠먹기’해서는 곤란하다.
김기용 교육생활부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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