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다음 달 1일 검찰에 출석하기로 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노 씨의 소환조사일이 다가오자 검찰 내부에서 “뚜렷한 혐의 없이 전직 대통령의 형을 부를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등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정화삼(구속) 씨 형제가 세종캐피탈 측에서 받은 로비 자금으로 차린 경남 김해시의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통해 노 씨가 수억 원의 경제적인 이득을 본 정황을 이미 파악했으며 노 씨가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구체적인 물증을 추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이 전날에 이어 28일에도 문제의 오락실 ‘리치게임랜드’ 관계자를 줄줄이 불러 조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이 오락실이 차려졌던 상가 1층의 명의자인 정화삼 씨의 사위 이모 씨, 오락실 운영에 관여한 권모 씨와 김모 씨 등이 소환돼 오락실의 지분구조와 수익금 배당 상황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화삼 씨 형제가 세종캐피탈 측에서 받은 30억 원의 로비 성공사례금에 대한 자금추적 작업도 거의 마무리했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30억 원의 용처 추적에 대해 그동안 검찰은 “대부분 정 씨 일가의 사적 용도로 쓰였다”고 밝혀 왔으나 이날부터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자금 추적 결과 이 30억 원 중에서 오락실 개장에 쓰인 돈은 상가 매입비용 2억여 원, 게임기 구입과 시설공사비 등에 5억∼6억 원 등 모두 7억∼8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정 씨 형제가 30억 원 중 5000만여 원을 부산 수영구의 또 다른 오락실에 보증금 명목으로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는 이 사건과 관계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