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정성태)는 28일 1972년 강원 춘천시에서 파출소장의 딸(당시 11세)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간 옥살이를 한 정 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경찰관들이 자백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폭행, 협박 내지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36년 동안 강간살인범이란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야 했던 정 씨의 기구한 삶은 2001년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된 정 씨는 1995년 항소심과 상고심의 국선변호인을 맡았던 고 이범열 변호사에게서 “언젠가는 꼭 재심을 해 보라”는 당부를 듣고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정 씨는 박찬운(한양대 법대 교수) 변호사와 임영화 변호사를 찾아가 재심을 추진하게 됐다.
동아일보는 2001년 정 씨와 변호인단의 제보를 받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증인들과 수사 경찰관 등을 일일이 만나 진실을 파헤친 뒤 그해 3월 22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심층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재심 권고를 내렸고 법원은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춘천=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