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씨 휴켐스 인수전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본인-가족명의 104만여株 매입 86억 평가이익
농협의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세종캐피탈 측 로비자금으로 개장한 김해 오락실의 지분으로 억대의 이득을 봤다는 정황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음 달 1일 소환 조사한 뒤 청탁에 응한 대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화삼(구속) 씨 형제가 2006년 2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 성공사례금 명목으로 세종캐피탈 홍기옥(구속) 대표에게서 30억 원을 받은 뒤 경남 김해시 내동 C빌딩 상가 1층에 차린 성인오락실 ‘리치게임랜드’의 일부 지분이 노 씨의 몫으로 배정되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씨가 얻은 이득이 얼마인지는 조사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사람들이 큰 사고를 냈으니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형님이 검찰에 나갈 것이니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자”고 말했다. 노 씨는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다음 달 1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농협 자회사이던 휴켐스를 인수하기에 앞서 정대근(복역 중)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20억 원을 건넨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휴켐스를 인수하기 6개월 전쯤인 2006년 1월 박 회장이 20억 원을 정 전 회장에게 건넸다가 돌려받고, 다시 건넸다가 최근 돌려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과의 관련성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또 휴켐스 인수 당시 박 회장이 휴켐스 주식을 차명으로 사고팔아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박 회장이 당시 본인과 가족 명의로 휴켐스 주식 104만2000주를 매입한 뒤 86억 원가량의 미실현 차익을 얻은 것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라면 증권거래법 위반이 된다.
박씨 집-회사 압수수색
박 회장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이날 김해시에 있는 박 회장과 임원들의 자택, 태광실업 본사 및 계열사인 정산개발(정산컨트리클럽), 휴켐스 본사와 공장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사와 수사관 40여 명은 태광실업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에서 해외법인 거래 명세를 비롯한 회계장부와 사업 진행 현황, 주식거래 명세 등을 압수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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