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사업에도 관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28일 통일부와 경제계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6년 6월 농협의 자회사로 멜라민, 메탄올, 질산 등을 만드는 정밀화학업체 휴켐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역시 농협의 자회사인 남해화학 인수도 시도했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인수한 휴켐스는 지난해 7월 남해화학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었다. 그러나 6개월 뒤인 올 1월 “농협이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혀 인수 검토를 종결한다”고 다시 공시했다는 것이다.
남해화학은 국내 최대의 비료회사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보낸 비료(연간 30만∼40만 t)의 절반가량을 공급해 왔다. 2006년의 경우 정부의 대북 지원 비료 35만 t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5만8000t을 이 회사가 정부에 납품했다.
남해화학의 연간 비료 생산 가능액은 총 136만 t. 2006년의 경우 생산 가능액의 11.6%를 대북 지원 사업에 할애한 셈이다.
한편 박 회장은 전직 신발협회장 자격으로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노 대통령의 경제계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다.
당시 경제계 수행원은 모두 대그룹의 회장과 부회장, 업종별 연합회장이어서 전직 신발협회장의 수행은 노 대통령과의 친분관계 때문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신발협회장을 3차례나 지냈고 신발은 대북 경공업 협력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5년 7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북측에 신발, 의류, 비누 등의 경공업 원자재 8000만 달러 상당을 차관 형식으로 제공하는 대신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을 받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그 이후 박 회장이 대북 경공업 협력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