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회장 농협 방문한 뒤 휴켐스 매각작업 일사천리
인수 6개월전 정대근 前농협회장에 20억 줬다받아
검찰, 휴켐스 매각가격 할인 대가성 여부 조사나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8일 경남 김해에 있는 태광실업 본사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자택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박 회장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옛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각각 178억 원과 84억 원씩 모두 262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박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농협의 회사 인수 및 매각 정보를 박 회장이 미리 알고, 그 과정에 로비가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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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 휴켐스 매각 결정되기 전 농협 방문=박 회장은 농협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던 2005년 6∼8월 실명과 차명으로 세종증권의 주식 197만 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그해 12월 17일부터 27일까지 약 열흘 동안 박 회장은 세종증권의 주식을 대량 매도해 무려 17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 박 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농협이 세종증권 인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불과 이틀 전이었다.
또한 박 회장은 그해 연말 농협중앙회를 방문했다. 박 회장은 당시 농협이 휴켐스를 매각하려는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농협을 방문했으며, 이때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을 만나 “휴켐스를 태광실업에 매각하라”는 뜻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6년 1월 초 박 회장은 정 전 회장에게 20억 원을 전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돈의 일부가 정 전 회장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돈이 태광실업에 휴켐스를 매각하기로 약속한 대가인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 그 즈음 휴켐스 매각을 내부적으로 추진했으며, 3월 31일 농협 이사회는 휴켐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5월에는 태광실업이 휴켐스를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매각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박 회장은 이번에도 휴켐스의 매각이 결정되기 직전 이 회사의 주식 104만 주를 본인과 가족 명의로 대량 매입했다.
박 회장 측이 주식을 매입했던 시점에 휴켐스 주가는 주당 6000∼7000원대였으나, 휴켐스를 인수한 뒤 주가는 2만 원 선까지 올랐다.
검찰은 박 회장은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을 매입한 것은 상장 법인의 내부 정보를 빼돌려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휴켐스 주식은 박 회장 자신이 인수할 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해 거액의 차익을 거뒀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을 오간 20억 원=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건넨 20억 원이 두 사람 사이를 두 차례 왔다 갔다 한 점도 석연치 않다.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최초로 돈을 건넨 시점은 2006년 1월. 그러나 정 전 회장은 같은 해 5월 12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체포돼 구속 수감됐다.
정 전 회장은 돈을 받은 지 8개월 만인 그해 9월 이 돈을 박 회장에게 돌연 되돌려줬다. 이어 2007년 7월 박 회장은 법정 구속된 정 전 회장 측에 반환했다. 정 전 회장은 올 7월 이 돈을 다시 박 회장에게 돌려줬다.
당시는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고 있었고, 농협사랑지킴이 측이 “휴켐스의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시점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자신의 다른 혐의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돈을 빌린 것처럼 꾸미기 위해 돌려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돈이 휴켐스 매각 대가로 확인되면 반환 여부와 관계없이 돈을 건넨 박 회장과 돈을 받은 정 전 회장은 둘 다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정 전 회장이 받은 뇌물 액수는 무려 70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