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7년전 악몽 채 가시기도 전에…”

  • 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3분


■ 車5개사 감산 확산

“공장가동 중단 한달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직원월급 반토막… 더 가슴시린건 감원공포

현대車 잔업중단 소식에 인근 상가들 긴장

글로벌 경제 위기로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본격적인 감산(減産)에 들어가면서 자동차 관련 업종의 근로자들과 해당 지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단일 업종으로는 고용과 산업적 파급력이 가장 큰 분야여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들 사이에는 회사 실적이 더 나빠지면 감원 등 인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적지 않다.

○ 실직 공포 느끼는 GM대우차 직원들

1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자동차 본사의 부평2공장.

이날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35일간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간 부평2공장 주변은 을씨년스러웠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국내 자동차회사의 공장이 완전히 멈춘 것은 이 공장이 처음이다.

이날 부평1, 2공장으로 통하는 출입구의 경비 직원들은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했다. GM대우차는 그동안 기자들에게 공장을 개방했지만 이날부터 ‘토스카’와 ‘윈스톰’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기자들의 출입도 막았다. 젠트라를 만드는 부평1공장도 이달 22일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감원에 대한 공포였다.

1공장에 근무하는 서모 씨는 “이러다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직원이 많다”며 “7년 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경험한 직원이 많아 그런 걱정이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GM대우차의 전신인 옛 대우자동차는 2000년 부도가 난 뒤 법정관리를 거쳐 GM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2001년 1700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날 출근한 1공장 직원들은 앞날이 걱정이지만 이날부터 쉬게 된 2공장 직원들은 당장이 걱정이다.

회사에서 챙길 것이 있어서 잠시 나왔다는 2공장 직원 윤모 씨는 “감귤을 따면 일당 5만 원은 받는다며 제주도로 가거나 가족들을 데리고 귀향한 직원도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직원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한 달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차는 2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내년 1월 4일까지 기본급의 70%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해 오던 잔업과 특근까지 없어져 직원들의 수입은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인근 상가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서문(西門) 앞에서 ‘남원추어탕’을 운영하는 윤모 씨는 “11월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그래도 점심시간 때는 빈자리가 없었는데 오늘은 손님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 현대차 울산공장 기침에 주변은 독감

현대자동차 협력업체가 밀집된 울산 북구 효문공단 주변의 식당가. 현대차가 이날부터 울산3공장을 제외한 국내 모든 공장에서 잔업과 특근을 중단(울산1공장은 특근만 중단)했다는 소식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베라크루즈와 싼타페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은 잔업과 특근은 물론 이날부터 가동시간을 16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였다. ‘아반떼’와 ‘i30’를 만드는 울산3공장만 12월에도 잔업과 특근을 계속한다.

50대 식당 여주인은 “모기업인 현대차가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을 정도로 ‘기침’을 하면 이곳의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독감’에 걸린다”며 “폐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효문공단 내 현대자동차 주력 협력업체 가운데 하나인 덕양산업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체 종업원 790여 명을 대상으로 50명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곳의 30여 개 협력업체도 현대차와 함께 잔업과 특근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근심은 늘어만 가고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1월 수출물량 감소로 울산1공장의 정상가동 시간을 단축한 적은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처럼 여러 공장이 동시 감산에 들어간 것은 파업 때를 제외하면 외환위기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인천=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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