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받았나 3억~4억원 확인… 전체규모 늘어날수도
대가 인정할까 검찰 “진술 확보” 로비 대가성 입증 자신
로비 어디까지 청탁 일부만 시인… ‘더 큰 역할’ 심증뿐
검찰은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소환조사한 뒤 귀가시켰지만, 당초 예정대로 2일 노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로비자금 30억 원 중 일부는 노 씨 몫”이라는 진술과 정화삼 씨 형제가 경남 김해 오락실 운영으로 얻은 수익 중 3억∼4억 원 정도가 노 씨 가족 명의 계좌 등으로 건네진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노 씨가 이날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지만 “예상했던 상황”으로 보면서, 로비 관련자들의 증거인멸 정황까지 포착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집요한 로비=1일까지의 수사상황을 종합하면 세종증권 대주주인 세종캐피탈 홍기옥 대표가 농협에 세종증권을 팔기 위해 1년여간 벌인 로비는 집요했다.
홍 대표는 2005년 3월경 혼자서 노 씨를 찾아가 부탁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자 한 달 뒤 노 씨와 친분이 있는 정 씨의 동생 정광용 씨를 찾아가 “노 씨에게 잘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홍 대표와 정광용 씨 간에는 ‘일이 잘 되면 크게 사례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정광용 씨는 두 달 뒤 홍 대표를 노 씨에게 소개했고, 노 씨는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다음날 정 전 회장에게 홍 씨 부탁을 전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명절에도 인사차 노 씨를 찾아갔고, 올 추석 때는 상품권 수십 장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받았나’ 최대 관심=노 씨가 세종캐피탈 측의 로비를 도운 대가로 어떤 식의 경제적 이득을 어떻게 얻었는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려 있다.
1일까지 일부 알려진 수법에는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 씨 형제가 세종캐피탈의 로비자금으로 연 사행성오락실이 ‘돈 세탁’ 경로로 알려져 있고, 오락실 수익금 일부가 노 씨 가족 명의 계좌로 흘러간 것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씨와 정 씨 형제가 오락실에 대해 구체적인 지분 약정을 하지는 않았더라도 노 씨 가족 명의 계좌로 돈이 흘러들어간 단서가 노 씨 혐의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홍 대표와 정 씨 형제 등의 진술을 토대로 오락실 운영에 관여한 사람들을 줄줄이 불러 오락실 수익금의 배분 구조와 흐름을 대부분 파악한 성과다.
▽얼마나 받았나=당초 검찰 안팎에선 세종캐피탈 측의 로비자금 30억 원의 일부가 노 씨 몫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검찰이 오락실 수익금의 흐름을 전방위로 추적해 3억∼4억 원이 노 씨 측에 건네진 사실을 확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노 씨에게 현금이나 부동산 소유권 등이 통째로 넘겨졌다는 의혹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 씨는 이날 “돈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관련 진술과 증거가 충분해 노 씨 혐의와 직결된 금품의 전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오락실 수익금의 일정 부분이 ‘노 씨 몫’으로 배정돼 있었다는 약속만으로도 노 씨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 노 씨가 거둔 이득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 오락실의 실제 영업기간과 영업수익까지 조사했다.
▽대가성 인정될까=검찰이 관련자 진술과 계좌추적 결과 등을 근거로 금품이 건네진 사실을 입증했다 해도 노 씨는 이를 ‘로비 대가와 무관하다’고 진술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정 씨 형제가 오락실을 열어 수익을 나누기로 하고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미리 ‘입을 맞추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검사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검찰이 1주일째 구속 상태로 조사를 하고 있는 홍 대표와 정 씨 형제 중 일부로부터 ‘노 씨에게 로비 대가를 건네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로비자금 중 일부와 오락실 수익이 차명 계좌 등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면 대가성 입증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로비에 얼마나 개입했나=노 씨는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종캐피탈 측의 청탁을 일부 들어줬다고 시인했다.
노 씨는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정 씨 동생 정광용 씨와 홍 대표가 찾아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며 “그 다음 날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할 테니 말 좀 들어봐라’고 했다”고 밝혔다.
2005년 6월 노 씨가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농협이 내부적으로 세종증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점이나, 노 씨와 정 전 회장이 오랜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노 씨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