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계좌추적 통해 물증 확보… 오늘 사전영장 방침
어제 소환조사… 盧씨 “돈 받은 일 없다” 혐의 부인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의 농협 매각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세종캐피탈 측의 로비를 도운 대가로 가족 명의 계좌 등을 통해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에 대해 2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노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도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일 오전 노 씨를 소환해 12시간가량 조사한 뒤 이날 오후 11시경 돌려보냈다. 노 씨는 3일경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노 씨는 2005년 6월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구속) 씨 형제를 통해 찾아온 홍기옥(구속) 세종캐피탈 대표를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에게 소개해 주고, 정 씨 형제가 홍 대표에게서 받은 30억 원 중 8억 원으로 개장한 경남 김해시의 사행성 오락실 수익금 중 3억∼4억 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오락실 수익금의 일부가 노 씨 가족 명의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씨 형제가 홍 대표에게서 받은 30억 원 중 일부가 노 씨의 몫이라는 정 씨 형제 등의 진술을 확보해 이날 노 씨를 상대로 진위를 확인했다.
노 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 전 회장에게 단순히 ‘아는 사람이니 찾아가면 만나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을 뿐이다”라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대검 청사를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착잡할 따름이다.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검찰에서) 소상히 말했다.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오락실 수익금을 받았다는 얘기는) 모르는 일이다. 말썽이 자꾸 일어나 동생(노 전 대통령)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검찰 출두 직전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의 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그런 부분은 생각도 안 해봤다”고 말했다.
노 씨는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에 출두해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박경호 대검 중수1과장이 맡았다.
검찰은 노 씨를 상대로 세종캐피탈 측의 청탁을 받은 것과 비슷한 시기에 박연차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자신과 제3자 명의로 집중 매입한 것과 관련해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박 회장에게 세종증권 매각에 관한 정보를 알려줬는지도 조사했다.
노 씨는 2004년 6월 대우건설 사장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검찰은 정 씨 형제가 받은 30억 원을 차명으로 관리한 정 씨의 사위 이모 씨가 지난 주말부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연락이 끊겨 이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를 찾고 있다.
한편 검찰은 세종증권 및 휴켐스 인수합병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두고 200억 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회장을 수사하기 위해 이날부터 태광실업 임직원 소환 조사에 나섰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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