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부중 1학년 박혜준(사진) 군은 책가방 없이 학교에 다닐 정도로 공부와는 담을 쌓은 학생이었다. 박 군에게 시험은 그저 연례행사일 뿐이었고 숙제나 예습복습도 남의 나라 얘기였다. 학교 수업 시간은 물론, 집에서도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점수가 평균 50점대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박 군에게 특단의 조치가 취해진 건 4학년 1학기 초. 박 군의 어머니는 실력 있는 학생들과 경쟁하며 공부하도록 박 군을 규모가 큰 학교로 전학시켰다. 맞춤법을 몰라 헤맬 정도로 공부를 등한시했던 박 군은 첫 중간고사에서 32명 중 ‘꼴찌’를 기록했다. 공부에 무관심했던 박 군에게도 ‘꼴찌 성적표’는 충격이었다.》
꼴찌 → 5등 깜짝 변신… “공부의 ‘옷’을 갈아 입었죠”
○ ‘사랑의 매’…하위권→상위권
중간고사 이후 스스로 책을 들었지만 친구와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게 하루 일과였던 박 군에겐 ‘공부 적응기’가 필요했다.
박 군은 ‘기초 부족’이라는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도에 맞춰 교과서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공부에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좋아하는 과목 위주로 공부하되 매일 두 시간은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데 투자했다.
책상 앞에 20분 이상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집중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방과 후엔 공부를 잘하는 반 친구 한 명을 ‘섭외’해 함께 공부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박 군의 수학 과외교사를 자처하고 나선 대학생 이모의 스파르타식 수업은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박 군의 이모는 개념정리부터 문제풀이 방법까지 꼼꼼히 설명해준 뒤 한 단원당 200개 이상의 문제를 풀게 했다. 수업이 끝나기 전엔 그날 공부한 내용을 확인하는 쪽지시험을 낸 뒤 틀린 문제 개수만큼 ‘사랑의 매’를 벌로 내렸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 늘 ‘사랑의 매’가 뒤따랐기 때문에 박 군은 간단한 연습문제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시험 대비도 3주 전부터 시작했다. 교과서와 자습서를 중심으로 한 학기 동안 매일 세 시간 이상 꾸준히 공부한 박 군은 4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반 15등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5학년이 된 이후부턴 공부시간을 차츰 늘렸고 2학기 중간고사 때 반 2등을 차지하며 상위권에 진입했다. 6학년 때도 반 5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하며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 ‘시험공포증’…상위권→중위권
박 군은 중학교 입학 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을 볼 때마다 유난히 긴장을 많이 했던 박 군에게 ‘시험 공포증’이 찾아온 것.
여러 날에 걸쳐 몇 과목씩 나눠 보는 시험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OMR 카드에 답을 옮겨 적는 건 시험 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첫 중간고사 수학 시험에선 손이 떨려 답안지를 네 번이나 바꾸는 바람에 문제를 반도 풀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도 중학교 생활 적응은 쉽지 않았다. 박 군은 결국 1학기 중간고사에서 42명 중 19등, 기말고사에서 22등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 ‘공부의 옷을 갈아입다’…중위권→상위권
1학기 동안 공부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박 군은 중학생이 된 이후에도 복습 위주의 공부법을 유지했던 게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교과 내용이 어려워진 만큼 예습이 중요하단 사실을 느낀 박 군은 여름방학부터 2학기 선행학습을 하기 시작했다. 학기가 시작된 후에는 매일 다음날 배울 부분을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예습했다.
수업시간엔 과목별 노트를 만들어 교사의 설명을 빠짐없이 필기하고 방과 후 복습 땐 중요한 내용만 다시 책에 적으며 암기했다. 교과서 및 노트 정리가 끝난 뒤에는 다시 한 번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최종 복습을 했다.
시험 준비는 한 달 전부터 시작했다. 시험 4주 전엔 주요 과목의 교과서 내용을 요약하며 개념 정리를 했다. 정리가 끝나면 눈을 감고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놓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자신이 없었던 국어 영어 사회과목은 문제집이나 자습서에 나온 참고자료, 그림, 표까지 꼼꼼히 공부하며 암기보다 ‘이해’에 주력했다.
시험 3주 전엔 정리한 내용을 암기하며 문제 풀이를 시작했다. ‘시험에서 처음 보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공부하자’는 각오로 각 과목마다 800문제 이상을 풀었다. 박 군은 문제집, 학교 기출문제는 물론 유료 웹사이트에 가입해 타 학교 기출문제까지 출력해 풀었다.
틀린 문제엔 해설과 풀이과정을 자세히 써 놓고, 시험에 나올 것 같은 예상문제엔 ‘시험 100% 출제’라는 표시를 따로 해 놓은 뒤 두 번 이상 반복해서 풀었다. 다 푼 문제는 ‘정답파일’과 ‘오답파일’에 각각 분리해 놓고 시험 2주 전엔 오답파일만, 시험 직전엔 두 파일 모두를 훑어보며 최종 점검을 했다.
답안지 작성 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OMR카드와 비슷한 모양의 답안지를 만들어 문제를 풀 때마다 답을 옮겨 적는 연습도 함께했다.
2학기 중간고사에서 반 5등으로 성적을 끌어올린 박 군은 “몸에 맞게 새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시기에 맞게 새로운 공부법으로 바꿔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