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수 높으니까 안심? 환산점수 잘 따져야 ‘합격 앞으로’
○ 원점수만 믿다가 큰 코 다친다
등급이라는 단일 지표만 활용할 수 있었던 2008학년도 수능과 달리, 2009학년도 수능은 백분위, 표준점수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점수 간격이 세분화 됐다.
때문에 원점수가 높다고 안심했다가는 백분위나 표준점수의 활용여부, 영역별 반영비율(가중치), 탐구 영역 반영 과목 수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대학별 환산점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2007학년도 수능 영역별 점수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의 환산점수로 나타낸 <표1>을 살펴보면 원점수 합산 순위가 대학별 점수 환산 방식에 따라 완전히 뒤바뀔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표1 참고>
A학생은 탐구 영역 세 과목만을 반영하는 다른 대학에서는 B, C학생보다 석차가 뒤졌지만 네 과목 모두 반영하는 서울대에서는 1등이 됐다. 다른 학생과 달리 A학생은 탐구영역 세 과목 반영시 백분위(98.3)와 네 과목 반영시 백분위(97.5)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번에는 B학생과 C학생을 비교해 보자. 탐구 영역에서 우위가 있는 B학생은 언·수·외·탐 네 영역을 균등 반영한 연세대에선 1등이었지만, 탐구 영역 반영비율이 낮았던 고려대와 성균관대에서 C학생에 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원 희망 대학의 수능 성적 변환 방식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영역별 조합, 반영비, 가산점 따른 유불리 따져야
수능 일부 영역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은 수험생은 해당 영역의 점수를 제외한 영역별 조합으로 점수를 환산하는 대학이나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부분의 주요 대학은 이른바 3+1체제(언·수·외·탐)로 불리는 영역 조합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몇몇 대학은 일부 영역을 제외한 2+1체제의 영역 조합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표준점수나 백분위 총점이 다소 낮아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2007학년도 E대학 정시모집의 합격·불합격 사례를 다룬 <표2>를 살펴보자. <표2 참고>
4개 영역의 백분위 점수를 단순 합산했을 때는 387점을 받은 C학생의 점수가 가장 높았지만, E대학의 환산점수(언어, 외국어 중 택일 30%+수리 35%+과탐 35%)로 변환해 비교한 결과 A, B학생보다 뒤처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C학생은 단순 합산에서 B학생보다 21점이나 우위에 있었지만 환산 후 1.5점 뒤지면서 낙방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모집 단위의 영역별 반영비율이나 영역별 가중치도 환산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올해 수능처럼 영역별 표준점수의 편차가 크게 나면 반영비율이나 가산점이 갖는 상대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수리 영역의 영향력이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문계열은 언어나 외국어 영역에, 자연계열은 수리나 외국어, 탐구 영역에 가중치를 주는 대학이 많다.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표를 받는 즉시 희망 대학의 영역별 반영비율과 가중치에 따른 자기 점수의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2007학년도 H대학의 정시모집 합격·불합격 사례를 다룬 <표3>을 살펴보자. <표3 참고>
A학생은 표준점수 총점(521)이 B학생(523)보다 낮은데도 환산점수에서는 앞서 이 대학 경영학부에 추가합격했다. H대학의 2007학년도 정시 인문계열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언어 30%+수리 25%+외국어 30%+탐구 15%) 덕분에 A군이 강점을 보인 외국어 영역의 이점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신이나 논술의 영향력까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원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점수역전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종서 청솔학원 입시컨설팅 이사는 “특히 올해 대입은 지난해보다 내신 실질 반영비율이 축소되는 추세인데다가, 정시 모집에서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이 많지 않아 이 같은 역전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탐구 영역 반영비율 꼼꼼히 챙겨야
선택 과목의 난도에 따라 유리함과 불리함이 확연하게 나타나는 탐구 영역도 대학별 점수 환산시 주의해서 살펴볼 요소다. E대학의 2007학년도 정시모집 합격·불합격 사례를 다룬 <표4>를 보면 탐구 영역 반영 비율에 따른 대학별 환산 점수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표4 참고>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백분위 합산 점수에서 5점 앞섰던 D학생이 탐구 영역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3과목) 영역 백분위를 25%씩 균등 반영하는 E대학 정시모집 인문계의 탐구 영역 반영비율 때문이다.
반면 중위권 S대(언어 10%+수리 40%+외국어 40%+탐구(3과목) 10%를 합산)의 기준으로 합산하면 D학생의 환산점수가 C학생보다 16.88점이나 많아진다. 두 학생 모두 S대 경상대에 지원했다면 상위권 E대학에 합격한 C학생이 D학생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지원하려는 대학이 탐구 영역 백분위 점수를 반영하는 경우 당락에 미치는 탐구 영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 비해 응시자 수가 적은 탐구 영역의 특성상 한 문제를 맞느냐 틀리느냐에 따른 백분위 점수의 변동폭이 다른 영역보다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아직도 배치표에 있는 자신의 원점수에 밑줄을 긋는 식으로 지원 전략을 세우는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적지 않다”며 “지원 희망 대학의 환산 점수를 정확히 이해해서 자기 점수의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본 뒤 정시 모집에 신중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