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가이드라인 광주만 충족… 최대 15% 더 받기도
지방의원 의정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난 여론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가이드라인(기준액)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내년 의정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도 의정비를 대폭 삭감하지 않은 것은 시민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일 동아일보가 제주(미정)를 제외한 15개 광역 시도의회의 내년 의정비 결정내용을 취합한 결과 올해보다 삭감한 곳은 서울 경기 부산 등 3곳뿐이며 경북 대구 대전 인천 울산 전남 전북 등 7곳은 동결했고, 강원 경남 광주 충남 충북 등 5곳은 오히려 의정비를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안부가 제시한 기준액보다 적은 곳은 광주(기준액 대비 ―5.0%) 한 곳뿐이었고 나머지 14곳은 기준액 대비 5∼15% 높았다.
그동안 지방의원 의정비는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왔으나 과다 인상, 지역별 편차 등으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행안부는 10월 8일 시행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내년도 지방의원들의 월정수당 기준액을 제시하고, 각 지자체가 기준액의 ±20%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기준액 대비 허용범위(±20%)에서 상한선에 가깝게 의정비를 결정함으로써 고통 분담이라는 주민들의 의지는 무색하게 됐다.
이번에 내년 의정비를 내린 3곳은 올해 의정비 순위에서 나란히 1위(경기·7252만 원), 2위(서울·6804만 원), 3위(부산·6077만 원)를 차지했던 광역 자치단체들. 경기는 16.3%, 서울은 10.3%, 부산은 5.7%를 삭감했지만 이 3곳은 다른 지자체들보다는 의정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부산은 올해(6077만 원)보다 349만 원 내린 5728만 원으로 결정했지만 이 금액은 행안부 기준액(5216만 원)보다 512만 원(9.8%)이나 많다.
부산대 황아란(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원의 유급제는 의회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그러나 부산시의회의 경우 초선 의원 비율이 70% 선에 육박하고 직업도 정치인이나 무직 출신이 가장 많아 전문성이나 연속성 측면에서 나아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광역 시도 가운데 가장 의정비를 많이 올린 곳은 충남으로 올해 4410만 원에서 내년 5244만 원으로 834만 원(18.9%)이나 인상했다. 충남도의회는 “3년 동안 의정비를 동결했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시도의회에 비해 한 해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2400만 원까지 덜 받았다”며 “이번 인상은 의정비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도 지역 경제 한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정비를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대구지역 기초자치단체들에 따르면 동구와 달성군을 제외한 6개 구의회의 내년도 의정비가 올해보다 45만 원부터 330만 원까지 오른다.
충청대 남기헌(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원들이 주민의 뜻을 받드는 의정활동보다 정당 이기주의에 빠진 중앙 정당의 일선기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정비에 대한 주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지방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