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연차씨 인수 과정에 ‘盧씨 연루’ 여부 조사
盧-朴-정대근 前농협회장 ‘삼각 친분관계’도 주목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사건은 이대로 일단락될 것 같지 않다. 노 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이에 불투명한 성격의 돈이 오간 정황이 파악된 데다 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이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80억 원이라는 거액이 오간 옛 세종증권 매각 로비 못지않은 새로운 대형 로비 의혹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검은 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하던 휴켐스 관련 자료도 모두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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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로비 커넥션 드러날까=검찰은 2일 농협중앙회와 NH투자증권(옛 세종증권)을 압수수색했고, 농협중앙회에서는 주로 휴켐스 매각 관련 자료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실업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박 회장이 농협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력과 노무현 정부의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모종의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농협이 휴켐스를 헐값에 팔았다는 배임 의혹은 수사에 어려움이 많아 보이지만, 휴켐스 매각과 관련해 뒷돈이 오간 로비가 있었는지는 관심을 갖고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박 회장과 20여 년간 친분관계를 맺어 온 노 씨가 휴켐스 인수 과정에도 연루돼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노 씨는 휴켐스 매각 문제의 결정권자였던 정대근(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장과도 친분이 깊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휴켐스 매각 절차가 진행되기 석 달 전인 2005년 12월 정 전 회장을 직접 찾아가 휴켐스 매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달 뒤인 2006년 1월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20억 원을 건넸다가 나중에 돌려받은 사실도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신발제조업으로 성공한 박 회장이 첨단 업종으로의 사업 확장을 위해 휴켐스 인수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박 회장으로서는 정 전 회장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맥을 활용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박 회장-노 씨-정 전 회장’의 3각 친분관계를 검찰이 유달리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원토건-박연차 회장 자금거래 추적=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 회장은 1980년대 중반 노 전 대통령보다 노 씨를 먼저 알았다고 한다. 그 뒤 20여 년간 박 회장은 노 씨에게도 든든한 후원자였다.
노 씨가 1999년 설립한 건설회사 정원토건이 2003년 12월에 32억6000여만 원짜리 정산컨트리클럽(CC) 진입로 공사를 수주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정산CC는 박 회장의 태광실업 자회사이고 수의계약으로 노 씨가 공사를 따냈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박 회장은 2003년 태광실업 공장용지 조성공사도 정원토건에 맡겼다.
정원토건은 1999∼2001년 연간 평균 매출액이 1억3400만 원에 불과한 영세 건설회사였다. 그런 건설회사에 박 회장이 몰아준 공사들은 덩치가 훨씬 큰 것이었다.
국세청은 태광실업뿐만 아니라 정원토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세무조사 과정에서 정원토건을 거쳐 간 자금의 흐름은 이미 파악돼 있는 상태다. 검찰은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를 토대로 박 회장과 노 씨 간의 자금 거래 관계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토지 매매로 돈거래를 한 적도 있었다. 1988년 3월 노 전 대통령이 부산 동구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박 회장은 노 씨의 요청으로 노 씨 명의로 돼 있던 경남 김해시 한림면의 임야를 4억5000만 원에 사줬다. 2002년 4월에는 경남 거제시 구조라리의 노 씨 별장을 10억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