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 중환자실.
평소의 열정적인 모습과 달리 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 있는 자유북한여성구원연대 최명희(46) 사무국장을 보고 지인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최 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건 10월 23일. 이틀 전 조선족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탈북여성 A(30)씨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였다.
3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을 나온 A씨가 사고를 당하자 최 씨는 상주도 없는 장례식장을 밤새 지키며 발인까지 치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고교 수학교사였던 그가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온 것은 2005년 6월. 남편, 두 자녀와 함께 북한을 벗어난 뒤 한국에서 탈북여성들의 인권옹호에 앞장섰다. 2006년부터 사단법인 겨레선교회 총무로 일했고 올해 2월에는 북한여성구원연대를 발족한 뒤 사무국장을 맡았다.
탈북자 이송 저지 등 최 씨의 활동으로 지금까지 중국이나 제3국을 거쳐 100여 명의 탈북자들이 남한 땅을 밟기도 했다. 작은 집에서 매월 생활보조금 60여만 원으로 생활하며 이 중 대부분은 탈북자를 돕는 데 썼다. 사람들은 그래서 최 씨를 "탈북여성의 어머니"로 불렀다.
최 씨는 8월 베이징 올림픽으로 중국에서 탈북자 단속이 강화되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 상담을 해주느라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최 씨는 지금까지 2000여만 원의 병원비가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답답하기만 하다.
사연을 전해들은 기독교사회책임 등 일부 단체에서 병원비 모금에 나섰지만 앞으로 들어갈 비용까지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 최 씨의 남편인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회 대표는 "현재 주변의 도움으로 병원비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1000여만 원이 부족한 상태"라며 "도움을 준 사람들도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들인데다가 경기가 어려워 모금이 잘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후원 문의 기독교사회책임 02-2266-8351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