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가 보냅니다. 더 추운 이웃을 위해 써 주세요.”
지난주 부산교도소에 수용 중인 한 죄수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봉투 안에는 현금 17만 원과 함께 “비록 저는 추악하지만 절대 부정한 돈이 아닙니다. 교도소 내 독후감대회 상금과 영치금을 떼어 모은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사연이 들어 있었다.
박모(35) 씨라고 밝힌 그는 “공동모금회의 계좌번호를 부탁했더니 교도관이 짧게나마 무슨 글이라도 적어야 한다기에 사연을 적었다”며 “교도소의 겨울은 춥습니다. 그러나 이 추운 겨울 제가 가진 이 벽과 지붕조차 가지지 못한 이웃들, 저보다 외롭고 괴로운 이들이 세상에 적지 않습니다”라고 돈을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박 씨는 2003년 신용카드 빚 때문에 살인을 해 무기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박 씨가 뒤늦게 죄를 뉘우치면서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따는가 하면 한글날 독후감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하는 등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며 “공동모금회에 돈을 보내겠다고 해 영치금 지출 승인을 해 줬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