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탈북女의 어머니’ 병상 탈출하길…

  • 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탈북자 100여명 입국 도와

장례까지 챙겨주다 뇌출혈

“탈북자 일이면 뭐든 자기 일처럼 열심히 뛰어다닌 분이었는데….”

3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 중환자실.

평소의 열정적인 모습과 달리 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 있는 자유북한여성구원연대 최명희(46) 사무국장을 보고 지인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최 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건 10월 23일. 이틀 전 조선족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탈북여성 A(30)씨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였다.

3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을 나온 A씨가 사고를 당하자 최 씨는 상주도 없는 장례식장을 밤새 지키며 발인까지 치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고교 수학교사였던 그가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온 것은 2005년 6월. 두 자녀와 함께 북한을 벗어난 뒤 한국에서 탈북여성들의 인권옹호에 앞장섰다. 2006년부터 사단법인 겨레선교회 총무로 일했고 올해 2월에는 북한여성구원연대를 발족한 뒤 사무국장을 맡았다.

탈북자 이송 저지 등 최 씨의 활동으로 지금까지 중국이나 제3국을 거쳐 100여 명의 탈북자들이 남한 땅을 밟기도 했다. 작은 집에서 매월 생활보조금 60여만 원으로 생활하며 이 중 대부분은 탈북자를 돕는 데 썼다. 사람들은 그래서 최 씨를 “탈북여성의 어머니”로 불렀다.

최 씨는 8월 베이징 올림픽으로 중국에서 탈북자 단속이 강화되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 상담을 해주느라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최 씨는 지금까지 2000여만 원의 병원비가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답답하기만 하다.

사연을 전해들은 기독교사회책임 등 일부 단체에서 병원비 모금에 나섰지만 앞으로 들어갈 비용까지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 최 씨의 남편인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회 대표는 “현재 주변의 도움으로 병원비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1000여만 원이 부족한 상태”라며 “도움을 준 사람들도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들인 데다 경기가 어려워 모금이 잘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후원 문의 기독교사회책임 02-2266-8351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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