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도 100여만株 차명매입
盧씨, 朴씨 측근 얘기 듣고 친구 3명 명의로 매입
정원토건이 朴씨측서 수주한 공사대금 수억 사용
검찰 “미공개 정보 이용-회사 돈 횡령 혐의 조사”
盧씨 오늘 영장심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대주주였던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 주식 100여만 주(주당 500원)를 차명으로 사들인 사실을 파악하고, 주식 매입 경위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검찰은 노 씨가 실소유주인 정원토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2003년 12월 정원토건이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수주한 정산골프장 진입로 공사 대금 32억6000여만 원 중 수억 원을 리얼아이디 주식을 매입하는 데 쓴 사실을 파악했다.
박 회장은 2004년 3월 리얼아이디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때 자신과 가족 및 측근 명의로 24억여 원(485만 주)을 투자했으며, 노 씨도 이때 박 회장의 측근인 정모 씨의 얘기를 듣고 친구 김모, 강모 씨 등 3명 명의로 주식을 샀다.
검찰은 노 씨가 리얼아이디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 측에서 미공개 정보를 전해 들었거나 주식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돈을 임의로 빼돌렸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2일 노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의견서에 리얼아이디 차명 주식 매입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 씨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아이디는 지문 인식 기술을 개발한 업체인 패스21의 후신이다. 패스21 소유주였던 윤태식 씨가 ‘수지 김’을 살해한 혐의로 2001년 구속된 뒤 경영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리얼아이디로 회사명이 바뀌었다.
박 회장을 비롯한 태광실업 측은 2004년 3월 리얼아이디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박 회장의 측근인 정승영 전 휴켐스 사장이 올해 3∼10월 리얼아이디 대표이사를 지냈다. 또한 검찰은 박 회장이 2006년 1월 정대근(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건넨 20억 원을 휴켐스 인수와 관련한 로비 자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정상적인 거래일 수도 있지만 로비 자금일 수도 있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데 따른 이익 배분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노 씨는 4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