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영장심사 대비 우려
檢, 결정적 물증 안보여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건평 씨는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다소 피곤한 기색은 보였지만, 위축되지 않고 줄곧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2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돌아가 기자들과 만난 노 씨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검찰이 (내게) 혐의가 있다고 보겠지만 (영장 청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검찰에서 당당하게 견해를 밝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노 씨는 검찰 조사 직후에도 “착잡할 따름이다.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소상히 말씀드렸다.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검찰 소환 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꿈에서도 돈 받은 적 없다”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검찰 조사를 받고도 이렇다할 심경 변화는 보이지 않은 셈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노 씨의 태도가 이처럼 한결같았던 데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노 씨에게 “돈 받은 적 있느냐” “오락실 개업식에 간 적 있느냐”는 식으로 신문만 잔뜩 했을 뿐 노 씨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준비한 구체적인 계좌 추적 자료 등 결정적인 수사 자료 내용을 알려주는 일은 가급적 피했다고 한다.
이는 검찰이 노 씨처럼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를 일단 돌려보낸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관행적으로 쓰는 조사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신병을 확보한 뒤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피의자와 달리 조사 뒤 일단 귀가시킬 예정이던 노 씨에게 검찰이 쥔 ‘카드’를 모두 공개할 경우 영장실질심사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