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장학생은 졸업 때 美 등 학위 동시취득
로스쿨 - 의치학대학원 진학 준비 학과 신설
기초의과학부는 수능 성적 100%만으로 뽑아
강 총장은 웃으며 “이미 지역 내에 명문대가 있는데 굳이 외국 대학 분교가 필요하냐”며 “대구가톨릭대는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학교”라고 말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해마다 미국 대학 순위를 발표할 때 ‘중상위권 학생이 노려볼 만한 일류학교(A+ schools for B students)’ 항목을 포함시킨다.
최고 명문대는 아니지만 고교 학업 성적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려주는 대학을 소개하는 항목이다.
대구가톨릭대 역시도 가톨릭대의 약자를 딴 ‘CU 교육인증제’를 통한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들이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덕분에 최근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크게 늘면서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외국어 능력, 취업률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대구가톨릭대는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국내 10대 대학으로 도약한다는 ‘CU-V’ 프로젝트를 세우고 지방대 혁신 모델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수 학생 유치 총력=대구가톨릭대는 2005년 전국 최초로 모든 모집단위에 ‘최저학력기준제’를 도입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4개 영역 등급 총합이 일정 기준 이하면 지원할 수 없다.
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충원율이 낮은 10개 학과를 폐지했다. 그 대신 사회적 수요가 높은 보건과학대, 영어교육과, 호텔관광대 등을 신설했다.
학교 측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며 신입생 충원율은 2005년 76.4%에서 지난해 98.4%로 급등했다.
성한기 입학처장은 “단순히 정원을 채우기보다는,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 입학하는 면학 분위기를 만드는 게 대학을 살린다’는 믿음이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우수 학생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이다. 수능 4개 영역이 모두 1등급인 학생은 입학금과 4년간 등록금 전액이 면제되며 영국 런던대에서 1년간 유학할 수 있도록 수업료와 왕복 항공료를 지원한다.
올해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20명), 법학전문대학원(10명) 진학 희망자를 각각 선발하는 기초의과학부와 법행정인재학부도 만들었다.
이 두 과정에 합격한 학생은 4년간 다른 전공 강의를 수강하지 않고 대학원 진학 특별 프로그램에만 참여하면 된다.
▽명품교육 목표=대구가톨릭대는 학생 중심 맞춤형 교육제도인 ‘CU교육인증제’를 통해 재학생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학생들은 매 학기 자기 전공 및 어학 공부,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지도교수에게 제출한다.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학기당 3회 이상 진로지도를 실시하고, 교수도 학기당 두 번씩 강의평가를 받는다.
교육인증제 활동 내용은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돼 학생들의 ‘맞춤형 지도’에 활용된다.
또 학생들은 학기마다 모든 교과목 전공 관련 서적을 3권 이상 읽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국제경쟁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전공연계 해외체험 프로그램과 해외파견 장학생 제도를 통해 해마다 재학생 500명을 해외로 보낸다.
‘해외 복수학위 장학생’으로 입학한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미시시피주립대 미네소타주립대 앨라배마대 노스다코타주립대(이상 미국), 지린대 산둥대(이상 중국) 산토토마스대(필리핀) 등의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또 2005년 7월 전국 대학 최초로 문을 연 ‘경주 영어마을’을 통해 재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원어민 교수와 24시간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어학 실력을 키우도록 했다.
졸업 전까지 모든 학생은 전공과 교양에서 각각 최소 2과목 이상 원어 강의를 들어야 한다.
황하진 대외협력처장은 “1학년 때는 영어 한마디 못하던 학생들도 3학년이 되면 외국인 교수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시에서 1359명 모집=2009년 정시모집에서 ‘나’군 784명, ‘다’군 575명 등 1359명을 모집한다. ‘나’군, ‘다’군 모두 19∼24일 인터넷을 통해 원서를 접수한다.
정시모집에 지원하려면 수능 4개 영역 등급 총합이 △인문계 21등급 △자연계 25등급 이내여야 한다.
해외복수학위특별전공에 지원하려면 △미국 8등급 △중국 12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나’군 인문계열, 자연계열, 자연전공은 ‘학교생활기록부 20%+수능 60%+면접 20%’를 반영하며 기초의과학부는 수능 100%로 뽑는다. 예체능 계열은 실기 점수를 30∼50% 반영한다.
‘다’군 일반전형은 수능 100%로 선발하며 해외복수학위특별전공은 ‘수능 80%+면접 20%’로 뽑는다. 의예과 지원자는 수리 ‘가’형 점수가 있어야 한다.
‘나’군은 내년 1월 13일, ‘다’군은 내년 1월 20일 면접과 실기시험을 실시한다. 합격자는 1월 24일까지 발표한다.
경산=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서경돈 총장“꼼꼼한 진로 지도 취업률 쑥 올랐죠”▼
서경돈(54·사진)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겉부터 바뀌어야 속이 바뀐다”며 “내실 있는 명문대로 거듭나려면 외양부터 명문대다워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많은 지방대가 학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구가톨릭대는 해마다 신입생 충원율이 오르고 있다. 동시에 합격자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균 등급도 좋아졌다.
“정말 절박했어요. 학교에서 15년 동안 있었는데 2005년 총장을 맡으면서 이래서는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천주교 대구 대교구장이시던 이문희 대주교께서 ‘학교가 발전하려면 우수인재 유치가 가장 중요하고, 입학생은 최고의 인재를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총장은 “대학이 양적 팽창도 좋지만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에는 외국인 학생 200여 명이 다닌다. 일부 대학에서 학생 모집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고 있지만 이 대학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만 엄격하게 뽑는다.
학교 관계자들은 서 총장이 신부(神父)로서의 덕성과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추진력을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한다. 취임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효율화하고 CU교육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경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대구가톨릭대는 학생들의 교수평가를 점수화해 연봉 고과에 반영한다.
서 총장은 “전국 대학 가운데 총장이 직접 수업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수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나도 평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이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재학생 만족도가 올라갔다. 올 1학기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만족도는 2006년보다 12%포인트 오른 55.5%가 나왔다.
“CU교육인증제가 자리 잡은 결과죠. 이번 학기에는 토익을 몇 점까지 올려라, 무슨 책을 읽어라 꼼꼼하게 조언해 주는 게 도움이 되는 모양입니다.”
대구가톨릭대의 맞춤형 지도는 실용적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사설 학원에서 개인적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원하는 분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덕분에 2005년 49.1%였던 졸업생 취업률은 지난해 63.7%로 크게 향상됐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회계사시험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과정도 별도로 만들어 학생들을 지원한다.
서 총장은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선택한 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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