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인정한 부분 있다” 혐의 첫 시인

  • 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긴장탓 표정 굳어… “국민들에 죄송”

서울구치소 3.5m2짜리 독방에 수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는 동아일보가 지난달 24일 “노 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처음 보도한 이후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노 씨로서는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그의 잦은 말 바꾸기가 오히려 의혹을 확산시키는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오전 9시 반 노 씨는 경남 김해시의 봉하마을 자택에서 “내 이름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 이름이 거론돼 기분 나쁘다”고도 했다.

그는 다만 “정화삼 씨는 동생(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지만 절친한 사이가 아니며, 정광용 씨는 안면 정도만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청탁했느냐는 질문에는 “정 전 회장을 안다고 해서 내가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두 시간 뒤인 이날 오전 11시 반경 그는 청탁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화삼 씨가 한 번 찾아와서 세종증권 관련 얘기를 하면서 정 전 회장을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이날 오후 11시경 그는 “정 씨 형제가 부탁해 정 전 회장에게 ‘고향 근처 사람 민원이 있는 것 같으니 좀 들어보라’고 전화했다”며 청탁을 어느 정도 들어준 사실을 시인했다.

노 씨의 구속영장에는 노 씨가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물론이고 서울에 가 호텔에서 정 전 회장을 직접 만나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노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직전까지 “내가 서울에 올라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노 씨는 구속되기 직전까지 금품 수수 사실만은 일관되게 부인했다. 지난달 24일 노 씨는 “은행을 뒤져도 나올 게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노 씨는 2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되기 직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꿈에라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노 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중매쟁이도 죄가 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단순히 소개 역할만 했을 뿐 절대로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다만, 노 씨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월 초까지 대주주였던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의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노 씨는 4일 오후 구속된 직후 “어쨌든 인정을 한 부분도 있고…, 전부 인정을 하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노씨 열흘동안 거짓말… 거짓말…→

“내 이름이 왜 나오나”→“청탁 거절”→“전화만 했다”→‘직접 만나 청탁’ 드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는 4일 혐의 사실을 인정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분적으로 인정한 것이 있다”고 처음으로 자신의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노 씨는 이날 오후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서울구치소로 떠나기 직전 “(혐의를) 전부 인정하기는 이르지만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 씨는 ‘혐의 중 인정한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건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로비를 처음부터 공모했느냐’는 질문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말했으며 그 밖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검은색 코트에 짙은 회색 양복 차림의 노 씨는 1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귀가하던 때와 달리 잔뜩 긴장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취재진의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는 사이에는 잠시 한숨을 쉬기도 했다.

노 씨의 구속영장 집행 현장에는 70여 명의 기자가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노 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측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피의자인 점을 고려해 3.5m² 크기의 독방을 배정했다. 독방에는 TV와 수세식 변기,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책상이 갖춰져 있다. 노 씨는 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서울구치소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홍걸 씨 등 앞서 구속된 전직 대통령과 가족이 거쳐 간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와 최도술 씨 등도 한때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한편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노 씨는 시종일관 결백을 주장했다.

노 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검찰 수사관 2명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1시간 반 동안 심문을 받은 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법정에서 무혐의라는 것을 소상히 밝혔다”고 말했다. 표정은 다소 경직돼 있었지만 ‘영장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느냐’는 질문에도 “네. 죄가 없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이날 영장심사에 검찰 측에서는 대검 중앙수사부 오택림 이남석 검사가 출석해 노 씨의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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