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요한 로비 과정
노건평 씨는 지난달 24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광용 씨와 찾아온 세종캐피탈 홍기옥 대표의 부탁을 받고 다음 날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할 테니까 말 좀 들어봐라”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홍 대표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기 때문에 전화 한 통 한 것이 전부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노 씨와 홍 대표, 정 씨 형제 등의 로비 행태는 집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씨는 2005년 2월경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집 근처에서 고향 후배인 정 씨를 통해 홍 대표를 소개받았다.
그 자리에서 노 씨는 홍 대표에게서 ‘세종캐피탈의 자회사인 세종증권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마침 농협중앙회에서 증권사를 인수하려 하고 있으니 정대근 회장에게 부탁해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했다.
노 씨는 다음 날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힘써 달라’는 취지로 홍 대표의 청탁을 전달했다.
2005년 5, 6월경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 씨에게서도 세종증권 매각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처럼 집요한 로비에 노 씨는 직접 나섰다. 노 씨는 정 씨까지 부탁하자 서울로 올라가 한 호텔에서 정 전 회장을 직접 만나 세종증권 인수를 청탁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홍 대표는 이후 2006년 1월까지 여러 차례 노 씨를 찾아와 부탁했다. 홍 대표는 “일이 성사되면 사례하겠다”고 약속했고, 노 씨와 정 씨 형제는 20억 원 이상의 사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세종캐피탈 측은 대통령의 친형인 노 씨의 힘을 빌린 것은 물론 정 전 회장에게도 50억 원의 뇌물을 건네 결국 세종증권 매각에 성공했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 뒤에도 홍 대표는 명절 때마다 인사차 노 씨를 찾아왔다. 올해 추석 때에는 10만 원짜리 상품권 50장을 선물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