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지역경제’ 얼룩만 걷어내면…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온통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충남 태안군의 해변 생태계도 되살아나고 있다. 고둥 껍데기를 쓴 게들이 모습을 드러낸 1일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태안=김재명 기자
온통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충남 태안군의 해변 생태계도 되살아나고 있다. 고둥 껍데기를 쓴 게들이 모습을 드러낸 1일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태안=김재명 기자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는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였다. 당시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는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였다. 당시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기름 유출 1년 맞은 태안 주민들

어획량-관광객 회복 느리고

피해액 입증 애로 보상 차질

일부 아직 검은 찌꺼기 남아

지난해 12월 7일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1년. 기름 범벅이 됐던 충남 태안군은 예전의 청정함을 되찾아 가고 있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는 평생 예전의 바다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주민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양동이로 기름을 퍼내고 흡착포로 자갈과 모래를 하나하나 닦아냈다. 옥중에 있던 한 40대 재소자는 “현금으로 바꿔 자원봉사자들에게 장갑을 사주라”며 1750원짜리 우표 30장을 보내오기도 했다.

서해안유류사고대책본부는 올여름 해수욕장 15곳 중 구름포를 제외한 14곳을 개장했고 현재 방제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암포, 신두리, 가의도 등 일부 해안과 섬 지역은 아직도 기름 찌꺼기가 제거되지 않아 방제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원면 의항리는 어장이 회복되지 않아 주민들이 공공근로나 굴 까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녹색연합은 “생태계 및 주민에 대한 독성실험 검사와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안의 지역 경제는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여전히 바닥이다. 태안지역의 어선 출어율은 예년의 70∼80%를 회복했으나 어획량은 30% 이상 줄었다.

근흥면 서산수협 안흥공판장의 경매사 정희구(35) 씨는 “서해 수산물 기피 현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아쉬워했다.

관광객은 사고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남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최의웅(64) 씨는 “숙박업소들은 ‘10∼20% 세일’도 모자라 ‘평일 예약손님 와인 또는 조식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안면도(안면읍, 고남면)의 500여 개 펜션 중 30여 개만 주말에 손님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의 중장기 사업과 연계한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마련 중”이라며 “정부가 이런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복원도 과제다. 주민들은 생계비 지급 등을 놓고 직업, 도농(都農), 마을별로 갈려 서먹한 사이로 변했다. 한 어촌이 완전어업과 반농반어업으로 갈려 싸우기도 했다. 가의도를 중심으로 태안의 공동체 해체 현상을 연구한 충남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김도균, 이정림 씨는 “기름유출 사고는 주민 공동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상은 산 넘어 산이다. 피해를 보상할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이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수산업계는 수산물 공판장 등을 통한 출하보다는 현금 거래를 주로 해 온 터라 피해액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피해주민대책위에 접수된 피해신고 6만8093건 중 입증이 쉽지 않은 맨손어업이 4만4000여 건으로 6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입증자료를 첨부해 IOPC에 정식 제출한 피해청구는 1403건에 불과하고 실제 보상을 받은 사람은 1명뿐이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영상 취재: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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