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동생 도리도 있어 사과하기 어려워”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이곳이 그곳? 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건평 씨의 집 바로 옆에 위치한 노 씨 소유의 자재창고.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구속된 노 씨가 이 자재창고에서 정광용(구속) 씨로부터 현금이 든 상자를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김해=연합뉴스
이곳이 그곳? 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건평 씨의 집 바로 옆에 위치한 노 씨 소유의 자재창고.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구속된 노 씨가 이 자재창고에서 정광용(구속) 씨로부터 현금이 든 상자를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김해=연합뉴스
건평씨, 자택 옆 자재창고서 현금 상자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은 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형 노건평 씨가 구속된 것과 관련해 “지금쯤 국민에게 사과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형님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 (내가) 여기서 사과하면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국민께 그런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도리가 있겠지만, 형님 동생의 도리도 있다. 모든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 형님의 말을 앞지르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심경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오늘 진눈깨비가 내렸지요”라고 답했으며 당분간의 계획에 대해선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이전과 달리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월·목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 사저 앞에서 ‘방문객과의 대화’를 가졌으나 이날 “오늘을 끝으로 금년 인사를 마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4일 오후 구속된 노건평 씨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13동 2층의 6.56m²(1.98평)짜리 독방에서 수감생활의 첫날을 보냈다.

오후 7시경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노 씨는 한 시간가량 건강상태 점검, 수의 지급 등 입소절차를 거친 뒤 독방에 수감됐다.

노 씨는 자신과 관련된 소식이 궁금했는지 20∼30분간 TV를 시청한 뒤 구치소 취침시간인 오후 9시에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구치소 생활이 낯선 듯 다소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이었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자주 뒤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노 씨는 오전 6시 20분에 일어나 구치소에서 제공한 1식 4찬의 한식을 3분의 2 정도 비웠으며, 오후 2시경 검찰로 소환돼 수의를 입은 채 조사를 받았다.

한편 노 씨는 남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집 옆에 있는 자재창고에서 정광용 씨에게서 현금 상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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