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 검은 눈물 닦고 다시 웃다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1년 전,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충남 태안이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면서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5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태안=김재명 기자
1년 전,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충남 태안이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면서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5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태안=김재명 기자
태안 파도초등학교 아이들의 바람을 담은 지난해 12월 31일자 동아일보 송년호. ‘바다야, 이제 검은 주름살 거두렴’이라는 기사의 제목처럼 태안은 기름유출사고 1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
태안 파도초등학교 아이들의 바람을 담은 지난해 12월 31일자 동아일보 송년호. ‘바다야, 이제 검은 주름살 거두렴’이라는 기사의 제목처럼 태안은 기름유출사고 1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내일로 1년… 그때 그 파도초등교 학생들 지금은…

“이젠 이사 안가도 돼 좋아

엄마아빠 주름살 펴졌어요”

《2007년 12월 31일자 동아일보 송년호 1면 머리기사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파도초등학교 학생들의 새해 소망을 담은 ‘바다야, 이제 검은 주름살 거두렴’이었다. 아이들의 ‘주문(呪文)’에 신령스러운 힘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12월 7일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1년 만에 주민들은 생업에 복귀해 있었고 아이들은 예전의 밝은 웃음을 되찾았다. 》

“올해 초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만나면 ‘이제 어떻게 하나’라며 어른들처럼 걱정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연예인 언니 오빠 이야기 등 일상적인 화제로 다시 돌아갔죠.”

최주희(13·만리포중 1년) 양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최 양의 부모는 올해 6월부터 생업인 바지락 채취를 다시 시작했다.


▲ 영상 취재 : 김재명 기자

부모가 매일 방제작업과 생계비 지급 마을회의 등으로 밤늦게 귀가하던 지난해 12월. 파도초교 6학년이었던 주희 양은 ‘가족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등 수를 줄이고 머리 감을 때 물통에 물을 담아서 쓰자고 했다’라는 글을 일기장에 썼다.

4학년 최민용(10) 군은 다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 2005년 회사 생활을 접고 고향인 파도리로 이사해 횟집을 차린 민용 군의 아버지 장렬(38) 씨는 “손님은 크게 줄었지만 여름부터 장사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름 유출 사고로 손님이 끊기자 다시 도시로 이사하려 했었다.

어른들이 방제작업 등으로 늘 집을 비우는 바람에 한동안 동생들을 돌보고 저녁도 지어야 했던 6학년 송유진(12) 양은 다시 돌아온 일상이 소중하기만 하다. 유진 양의 어머니 김미자(35) 씨는 “미역 채취 일을 다시 하면서 일찍 집에 들어와 밥을 해먹이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재진 파도초교 교장은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다시 돌아왔다”며 기뻐했다.

파도초등학교살리기대책위 박병철(38) 씨는 “학생(현재 39명)이 점차 줄어 통폐합 권고를 받자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이사 오는 사람들에게 어업권을 주는 등 마을 차원에서 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여왔다”며 “사고 전에 이사 온 사람들이 그나마 떠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5일 태안읍 태안군문예회관에서는 ‘유류 유출 사고 한 돌, 다시 태어난 서해안’ 행사가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완구 충남지사, 진태구 태안군수, 자원봉사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자원봉사자 찬양시비’도 제막됐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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