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0시경 고급 술집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 가게 안 10명 안팎의 중·장년층 일본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손님 중 한 명인 히데키(43·직장인·일본 도쿄 거주) 씨는 “직장 동료들과 송년회를 하기 위해 주말 한국을 찾았다”며 “송년회를 목적으로 한국 갈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다”고 전했다.
이 주점 이모 지배인은 “경기가 안 좋아 지난 몇 달 매상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일본 손님이 최근 많이 늘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12월 말 더 많아질 것에 대비해 일본어 전단을 만들고 종업원들에게 기초적인 일본어 교육도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년회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5일 원-엔 환율이 100엔당 1600원대에 육박하며 사상최고치를 보이는 등 엔화 초강세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급증한 가운데 술 회식 등으로 대표되는 송년회 문화 원조 격인 일본인들이 송년회를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원정 송년회는 여러 가지 유형으로 30대 미만 젊은 층은 클럽에서 밤새 놀거나 호텔 객실을 잡고 파티를 즐긴다. 반면 ‘송년회 방문’의 주고객인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유흥주점, 마사지업소 등을 필수 송년회 코스로 지정한다.
서울 강남 한 대형 호텔 지배인은 “12월은 일본 관광객 비수기지만 올해 12월 예약률은 성수기 못지않다”며 “이에 따라 일본 관광객들이 연말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덕기 실장은 “‘쇼핑’과 ‘송년회’는 올해 말 일본 관광객들을 특징짓는 주요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