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노건평 비리는 권력집중형 대통령制 때문”

  • 입력 2008년 12월 8일 14시 31분


김원기 전 국회의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원기 전 국회의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8일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권력집중형 대통령제 때문”이라며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노건평 씨의 구속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정치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정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큰 공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제도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죄가 있고 없고는 사법절차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어느 대통령보다 정치부패와 친인척비리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 퇴임 이후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서 더욱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제도는 미국 대통령제를 모방했지만, 그 보다 더 강한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며 “세계의 선진 나라에 이렇게 한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예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집중형 대통령제는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 권력에 접근하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결국 그런 생각이 여러 가지 비리를 빚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 같은 비리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대통령제밖에 해보지 않아 국민 선호도는 높지만, OECD국가 30개 국가 중에 대통령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4나라에 불과하다”며 “선진국의 집합이라고 하는 유럽을 봐도 대부분 나라들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왕을 가진 나라는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고 왕이 없는 나라는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이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취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