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표 → 모집요강 확인 → 대학별 환산점수 구하도록
내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일이다. 가채점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 할지라도 막상 성적표를 받아들면 막막해지는 것이 수험생의 심리다.
한 수학 강사는 ‘함수’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입구와 출구가 있는 마술 상자를 그려놓고 “입구에 들어간 숫자가 출구로 나올 때 ‘펑’ 하면서 다른 숫자로 변하는 것이 함수”라고 설명했다. 함수가 영어로 ‘function’이라는 데에 힌트를 얻은 재치 있는 설명이었다.
“난데없이 웬 함수 이야기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수험생이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대학별 환산점수’라는 마술 상자에 자신의 점수를 집어넣는 일이라고 설명하기 위해서다. 원점수가 사라지고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기록된 성적표도 당황스럽겠지만 성적표의 총점만으로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할 수도 없다는 것이 더 난감할 것이다. 합격과 불합격은 상대적 등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학마다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반영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라 대학별 환산점수를 알아내서 상대적 등수(상위누적 백분위)라는 객관화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합격의 가능성을 진단해볼 수 있는 것이다.
대학별 환산점수를 결정짓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표준점수를 반영하는가, 백분위를 반영하는가 여부, 둘째 언어·수리·외국어·탐구 영역의 반영방법과 가중치, 셋째 탐구 영역 반영방법이다. 여기에 학생부 반영방법이나 대학별 고사 시행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수능 성적표에 나온 점수는 각 대학의 기준에 따라 환산되고 나면 마치 마술상자를 거친 것처럼 완전히 다른 점수가 된다.
따라서 성적표를 받아들면 우왕좌왕하지 말고 가채점을 통해 윤곽을 잡았던 목표 대학들의 모집요강부터 확인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대학별 환산점수를 계산해보면서 자신의 유·불리를 판단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2, 3일 안으로 각 교육업체가 배치표를 제작하여 배포할 것이다. 그러나 전국 모든 대학의 모집요강을 반영한 배치표를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배치표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결론적으로 수능 성적표를 받으면 배치표를 통해 목표 대학의 모집요강을 파악하고 대학별 환산점수를 구해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거나 대학별 지원가능 여부를 진단해 주는 온라인 상담을 받은 후 자신의 점수를 객관화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은 원서 지원에 앞서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고사성어임에 틀림이 없다.
김형중 강남청솔학원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