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학 요건, ‘학점’ 지고 ‘英數’ 뜬다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 각 대학 원서접수 시작

서울 소재대학들 영어시험-수학성적 비중 늘려

면접 없애는 추세… 학사편입 경쟁 갈수록 치열

경제난과 청년 실업난이 장기화되면서 편입학을 통해 이른바 ‘취업 스펙’을 높이려는 대학생들의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

편입학은 2008학년도에 8657명 모집에 14만7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해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 각 대학도 편입학 전형을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 유리한 ‘실용’ 위주로 바꾸고 있다.

▽편입전형도 실용주의=지금까지 각 대학은 대부분 이전 대학의 학점과 대학별 고사, 면접 등을 합쳐 편입생을 뽑았다.

하지만 8일 원서접수를 시작한 고려대 등 각 대학의 2009학년도 편입학 전형은 이전 대학의 학점과 면접 등의 비중을 크게 줄이는 대신 영어와 수학 성적을 중시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대학이 영어 또는 수학 필기시험의 반영 비중을 높였다.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 필수인 영어 성적을 미리 점검하고, 자연계와 이공계의 경우 학업에 필요한 수학 실력을 미리 검증하기 위해서다.

가톨릭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국민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중앙대, 한양대 등이 일제히 영어 시험 비중을 높였다.

성신여대는 일반편입에서 간호학과와 컴퓨터정보학부의 시험과목을 전공에서 영어로 바꿨다.

자연계에서 수학 시험을 보는 대학도 지난해 13곳에서 올해는 광운대 국민대 세종대 등이 추가돼 16곳으로 늘었다. 동국대는 이공계와 수학교육과에서만 치르던 수학 전형을 정보통신공학전공과 게임멀티미디어공학과까지 확대했다.

반면 이전 대학의 성적이나 면접 등은 없애는 추세다. 서울시립대 세종대 아주대 등은 이전 대학의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기로 했으며, 연세대와 상명대 등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편입 요건을 갖춘 학생들의 지원이 늘면서 학업 능력을 엄격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 측에서도 취업률 등을 감안하면 영어나 수학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사편입 치열=편입 전문가들은 올해 편입학 모집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반면 지원자들은 학사편입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에는 편입이라고 하면 일반편입(전문대 졸업자 또는 4년제 대학 2학년 수료자가 지원)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학사편입(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학점은행제 등으로 동등한 자격을 가진 경우에 지원)을 원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학사편입 모집 규모는 2006학년도 3545명에서 2008학년도 3239명으로 8.6%가 줄어든 반면 지원자는 같은 기간 2만5959명에서 3만8443명으로 48.1%나 급증했다.

정남순 김영편입학원 본부장은 “대학 졸업 뒤 취업하지 못해 더 나은 학교나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다시 들어가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대 출신들이 서울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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