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학원 ‘울고’ 입시학원 ‘웃고’

  • 입력 2008년 12월 9일 16시 09분


주부 한 모(37·서울 송파구) 씨는 최근 여덟 살 난 아들이 배우던 영어와 피아노 중 피아노를 그만두게 했다. 한 달에 8만원 하는 피아노 학원 교습료가 부담스러워서다.

피아노는 취미로 삼아도 되지만 영어는 한 번 진도가 뒤쳐지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주변 엄마들의 조언을 참고했다. 한씨는 "엄마의 걱정을 눈치 챈 아이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해서 가슴이 미어졌다"며 "남편의 보너스가 나오면 다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자 아이들 학원을 끊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불황이어도 사교육비 지출은 가장 마지막에 줄인다는 것이 정설인지라 학원을 '취사선택'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예체능 학원은 수강생이 줄고 입시 학원은 여전히 북적인다.

● 예체능 학원들 "수강생 절반 줄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N피아노 학원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절반 정도 줄었다. 2학기가 시작되면 수강생이 늘어날까 기대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다. 원장인 김 모 씨는 "선생님 한 분을 내 보내고 혼자 레슨을 하고 있다"며 "주변에 망하는 학원도 많아 내년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K태권도체육관장 이 모 씨는 "지난해보다 학원 수강생이 20% 정도 줄었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 학원 비를 올릴 수도 없어 보험을 하나 해약해서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10년 전 생명보험, 주택청약통장을 모두 해약해서 외환위기를 간신히 버텼던 악몽이 다시 떠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S미술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학원 수강생이 30% 정도 급감하자 이 학원은 오래 다닌 수강생들에게 비공식적으로 10% 정도 수강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지금 다니는 수강생들까지 그만 두면 학원 운영을 계속 할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 유명 학원들은 여전히 북적북적

예체능학원들과는 달리 대형 입시, 보습학원들은 별 타격이 없거나 수강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명 P학원 중계분원은 오히려 전달보다 10% 늘었고 C학원 강남본원은 여전히 정원을 모두 채웠을 뿐 아니라 올해 분원을 새로 냈을 정도다. T학원 측은 내년 수강생을 모집중이라 정확한 인원을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매년 발간되는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각 교육청에 등록된 예능학원은 올해 2만3578곳으로 지난해 2만3850곳보다 줄어들었다. 반면, 입시 검정 및 보습학원은 지난해 3만818곳에서 올해 3만3011곳으로 늘어났다.

한국학원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학원도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예체능 학원을 우선적으로 그만 두고 필요한 과목만 골라 듣는 단과나 온라인 강의로 몰려든다"며 "종합반, 단과반, 온라인 강의를 모두 운영하는 대형학원들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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