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일한 친환경급식 시범학교 … 김치까지 모두 유기농
아토피,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 앓는 학생 수 크게 줄어
'보리밥, 갈비탕, 비빔만두, 겉절이, 섞박지…'
11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초등학교의 점심 식단이다. 식단만 봐서는 다른 학교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 학교의 급식은 특별하다.
보리밥은 유기농 쌀과 무농약 보리로 지었다. 갈비탕에 들어가는 쇠고기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한우다. 겉절이에 들어간 배추와 고춧가루, 설탕, 생강은 모두 유기농이다. 식용유도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현미유만 쓴다.
서울에 하나뿐인 친환경급식 시범학교인 문래초의 실험은 2004년 시작됐다. 처음에는 쌀을 유기농으로 바꿨다. 이어 2006년 4월 한 끼 당 급식비를 300원 올려 일반 식재료를 모두 친환경 농산물로 바꿨다.
하지만 큰 장벽을 만났다. 매일 식단에 오르는 김치가 문제였다. 친환경 김치와 일반 김치의 가격차가 워낙 컸던 것. 마침내 올해 9월부터 영등포구청의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 김치까지 친환경으로 바꿨다.
"친환경 급식을 처음 제안했을 때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비싸서 집에서도 못 사먹는다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학교가 나서서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학운위와 학부모들을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친환경 급식 운동을 벌인 김광철 교사의 말이다.
이 학교 3학년 안혜영(9) 양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온몸이 가려워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눈두덩은 언제나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런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 장진아(41) 씨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하지만 안 양은 최근 학교에서 실시한 아토피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
친환경 급식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10월 펴낸 문래초의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아토피를 앓는 학생이 2006년 154명에서 지난해 130명, 올해 111명으로 전교생 1158명 중 10% 이내로 줄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는 학생도 2006년 221명에서 지난해 187명, 올해 157명으로 줄었다.
중금속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발검사에서도 친환경 급식의 효과는 나타났다. 문래초 학생들의 납 수치는 0.154mg%으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에 비해 0.038mg% 적었다. 알루미늄 수치도 인근 초등학생에 비해 0.116mg% 적게 나왔다. 또 설문조사 결과 전교생 중 57.4%가 친환경 급식 이후 식습관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식습관 개선 교육이 열쇠
문래초 교사들은 학교 급식만으로 아이들의 식습관이 바뀌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 급식과 함께 친환경 식생활 교육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학교에선 매년 20여 시간동안 친환경 농산물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특별 수업을 진행한다.
학부모 서희정(37) 씨는 "1학년인 우리 아이도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 등 친환경 인증 마크를 종류별로 알고 있다"며 "같이 시장에 가면 친환경 농산물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 모니터단 활동은 문래초의 대표적 친환경 교육 프로그램. 모니터단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 주변의 싸구려 간식을 수거해 색소 등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직접 실험한다.
6학년 송현섭(12) 군은 "빨간색 사탕을 뜨거운 물에 넣은 뒤 흰색 실을 담그니 금세 빨갛게 물들었다"며 "아무리 빨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실험결과를 포스터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싸구려 식품의 유해성을 알렸다.
친환경 급식이 성공하려면 조리원들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대개 흙이 묻은 채로 바로 납품된다. 친환경 가공식품은 포장단위가 일반 가공식품보다 작다. 이 때문에 재료 준비와 조리에 더 많은 손이 간다.
최경숙(36) 영양교사는 "조리원들이 추가 업무를 분담하고, 납품업체도 일부 손실을 감수해주는 덕분에 그나마 재료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며 "하지만 친환경 급식을 확산하려면 정부 차원의 예산과 물적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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