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상위권 경쟁 치열할 듯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수리 150점 이상 고득점자 ‘나’형이 ‘가’형의 9배

사탐-과탐 과목간 표준점수 격차는 다소 줄어들어

10일 발표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채점 결과는 ‘올해 입시는 수능에, 올해 수능은 수리가’ 좌우할 것이란 전망을 한층 분명히 해줬다.

수리 ‘가’형과 ‘나’형이 일제히 어렵게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언어와 외국어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져 수능을 ‘3+1’ 체제로 반영하는 상위권 대학에서는 수리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전형 요소가 없게 됐다.

▽절대 변수 수리=수리 ‘가’형과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54점과 158점으로 언어(140점)나 외국어(136) 점수를 아무리 잘 받아도 수리를 못 본 경우에는 표준점수 총점이 크게 떨어진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올해는 인문계열에서도 수리 반영 비중을 높인 대학이 많기 때문에 자연계와 인문계 모두 수리가 합격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가 어렵게 출제되다 보니 같은 1등급을 받아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1등급 내에서 수리 ‘가’형은 최대 19점, ‘나’형은 최대 20점까지 벌어져 최상위권 간 격차도 전례 없이 커졌다.

수리 고득점자는 올해도 ‘나’형에 많아서 중위권의 교차지원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점수 150점을 넘은 고득점자가 ‘가’형은 359명인 데 비해 ‘나’형은 3335명으로 9배가 넘는다. 표준점수 140점 이상을 기준으로 해도 ‘가’형은 2370명, ‘나’형은 1만4571명으로 압도적이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최상위권은 수리 ‘가’형을 지정하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상위권 대학 가운데 수리 ‘가’형에 가산점을 주면서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대학은 반드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며 “가산점이 5%가 안 되는 대학은 ‘나’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벌어진 점수 격차=올해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상위권과 중위권은 물론 상위권 내에서도 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영역별 1등급 구분 표준점수와 1등급 내 표준점수 격차는 △언어 131점, 최대 9점 차 △수리 ‘가’형 135점, 최대 19점 차 △수리 ‘나’형 138점, 최대 20점 차 △외국어 131점, 최대 5점 차다.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1등급 내에서도 점수 분포가 넓게 퍼진 것은 그만큼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수리 ‘가’형은 표준점수 최고점자가 95명에 불과하고 바로 다음 점수인 △152점 2명 △151점 113명 △150점 149명 등으로 극소수였다. 따라서 15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들은 자연계 상위권 학과와 의대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수리 ‘나’형은 ‘가’형에 비해 고득점자가 많아 언어와 외국어를 비슷하게 치른 인문계 상위권 수험생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탐구 난이도 차이 다소 줄어=올해도 탐구영역 선택 과목 간 난이도 차이는 비슷했지만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는 다소 줄었다.

사탐은 국사 69점과 경제 83점 간에 14점 차, 과탐은 물리Ⅰ 67점과 지구과학Ⅰ·Ⅱ 73점 간에 6점 차가 났다.

2007학년도에는 사탐 14점, 과탐 16점, 9월 모의평가에서는 사탐 29점, 과탐 12점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제2외국어 및 한문의 경우 아랍어의 비정상적인 점수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표준점수 최고점이 프랑스어 69점과 아랍어 100점 간에 31점이나 차이가 났다.

아랍어는 현재 가르치는 고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만 공부해도 표준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제2외국어 가운데 가장 많은 응시자가 몰리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조용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획분석부장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올해 수리를 어렵게 낸 것에 대해 현장의 반응을 들어보고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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