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삼성 복구-보상 전력 쏟을 길 열려” 박수
일부는 “쌍방과실 결론땐 민사소송 불리할 수도”
충난 태안군 기름유출사고의 책임을 삼성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릿호 법인 양쪽에 물은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태안 주민들은 피해배상을 양쪽 모두에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이 아니더라도 태안 주민들은 피해배상 소송을 허베이스피릿 법인을 상대로 제기할 수는 있었지만 1심에서처럼 무죄인 경우 승소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현재 태안 주민들은 올해 5월과 9월 삼성중공업에만 생계자금과 피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국제유류기금(IOPC)이 피해액 가운데 배상한도인 3216억 원을 지급한 뒤 이 가운데 선주책임보험금 1422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양쪽에 나눠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태안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판을 지켜본 태안 주민 100여 명은 선고가 나오자 박수를 치며 반겼다.
태안피해주민대책위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은 “이번 판결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창구가 두 곳으로 나뉘어 불편하지만 삼성에만 책임을 지게 하는 부담을 덜어 주어 삼성이 태안의 복구와 보상에 전력을 쏟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충남도 유류유출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임대해 쓰는 예인선뿐 아니라 직영하는 해상크레인선 선장에게도 유죄 판결을 내려 삼성중공업의 책임 소재를 더욱 확실히 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유리한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쌍방과실로 결론이 날 경우 민사재판에서 삼성중공업의 중과실 판결이 날 가능성이 적어졌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과실 판결이 나면 무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IOPC가 최종 집계하는 피해액과 배상한도인 3216억 원의 차액에 대해서는 보상을 한다는 방침이다. IOPC가 10월 발표한 추정 피해액은 5663억∼6013억 원이다.
하지만 태안 주민들은 피해액이 2조∼3조 원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민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해상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공소장을 변경해 허베이스피릿 법인이 기름유출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