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곳곳 건강진단… 한조각 떼내기 위해 나흘 넘게 준비
“난간기둥 부서질라” 랩-압박붕대로 감싸
원형대로 복원위해 컴퓨터 정밀 실측도
《10일 오후 경주 불국사 국보 제20호 다보탑(8세기). 83년 만의 해체 수리를 위해 주위에 설치한 비계가 낯선 풍경을 자아냈다. 다보탑은 풍화와 누수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오래전에 받았다. 이날 ‘불국사 다보탑 보수 정비 착수 보고회’에서 이건무 문화재청장, 백상승 경주시장이 다보탑 1층 옥개석 위 사각 난간 부재 중 하나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통일신라시대 석조 예술을 대표하는 다보탑의 살을 떼어내는 순간, 난간 부재가 마치 돌탑의 조각을 떼어내듯 예상보다 쉽게 분리됐다. 수많은 관람객이 몰렸지만 탑 부재 하나가 해체되기까지 오랜 기간 고도의 긴장을 견뎌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 사업단 연구원들은 보고회 직후 긴장의 작업 속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해체할 부재는 사각 난간만 35개, 팔각 난간 16개, 상륜부 9개다.
첫 단계로 이태종(보존과학) 연구원이 사각 난간 곳곳을 초음파 장비로 검사했다. 우리 몸을 X선으로 살피는 것처럼 석탑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과정이다. 부재의 강도가 화강암의 평균 강도보다 낮으면 자칫 해체 과정에서 국보가 훼손될 수 있다.
초음파 진단은 석탑 부재와 시멘트 모르타르를 구분하는 핵심 과정이다. 1972년 다보탑의 난간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난간 부재 사이의 이음매를 모르타르로 채웠기 때문에 이를 제거해야 난간을 해체할 수 있다. 모르타르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제거하다가는 국보를 망칠 수도 있다.
이날 처음 해체한 난간 부재도 연구원들이 초음파 검사로 모르타르 부분을 정확히 측정한 뒤 1.5mm의 미세 드릴로 제거했다. 모르타르를 제거하자 부재 사이에는 1.5∼2mm의 미세한 틈만 남아 부재를 떼어낼 수 있었다. 이 연구원은 “행여 석탑 부재를 건드리면 끝장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진땀이 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난간을 들어올린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분이지만 길이 140cm, 지름 11cm의 난간을 해체하는 준비에 들인 시간은 나흘 넘게 걸렸다. 사각 난간에 이어 해체하는 팔각 난간은 균열이 심해 그냥 해체하다가는 산산조각 날 우려도 있다.
팔각 난간의 동자석(난간 기둥)은 우선 임시 강화처리 약품을 부재 표면에 바르고 동자석을 스트레치필름(일종의 랩)으로 감싼 뒤에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압박붕대로 여러 차례 감싼다. 이와 함께 동자석 주변에 팽창성이 강한 발포성 우레탄으로 동자석을 감싸는 틀을 만들고 난 뒤에 해체를 시작할 수 있다.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팔각 난간, 상륜부 등 해체 대상 부재는 다보탑 조형미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원 상태로 조립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부재를 원 위치에 갖다 놓으면서 조형미를 되살리는 데는 3차원 스캐너를 통해 얻은 정밀 실측 자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경주=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