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농협회장에 뇌물청탁-200억 탈세 확인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불 밝힌 대검 조사실200억 원대 탈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1층의 조사실에서 대검 중수부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불 밝힌 대검 조사실
200억 원대 탈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1층의 조사실에서 대검 중수부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주요 혐의 내용

세종증권-휴켐스 주식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차익

朴씨 “휴켐스 비싸게 사 鄭씨에 준 20억 돌려받아”

朴씨 실소유 의심 회사 통해 300억 빼돌린 정황

1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이른바 ‘친노 게이트’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여야를 막론하고 적지 않은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과연 검찰에서 어떤 사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진술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박 회장 진술이 관건=검찰 관계자들은 박 회장에게 소환 통보를 한 9일까지 박 회장 수사는 ‘로비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해 왔다.

휴켐스 인수를 위한 뇌물 20억 원 제공 혐의와 국세청이 고발한 200억 원대 탈세, 세종증권과 휴켐스 미공개 정보 이용 차익 실현 등 3대 혐의가 수사의 큰 줄기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10일 박 회장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수사팀 사정을 아는 검찰 관계자들은 “로비 수사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 회장이 쉽게 입을 열 사람이 아니다”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이 수사 대상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박 회장의 협조 없이는 입증이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이미 알려진 박 회장의 3대 혐의는 법원에서 중형 선고가 예상될 만큼 무겁다. 검찰이 이를 박 회장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회장이 K사와 D사 등을 실제로 소유하면서 경남 김해와 진해지역 아파트 건설로 300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의혹을 검찰이 며칠 전부터 거론한 것도 박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7월 농협 측을 상대로 남해화학 인수 로비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회장과 직원들의 e메일까지 검찰이 압수해 조사하고 있는 것도 박 회장으로선 큰 부담이다.

물론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해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이번 주말까지 정치자금 의혹을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단 박 회장을 구속한 뒤 박 회장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면 수사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대 혐의 확인이 우선=검찰은 10일 박 회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규명하기에 앞서 이미 상당 부분 알려져 있는 혐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에 주력했다. 이날은 정치권 로비에 관한 부분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날 조사에서 휴켐스 인수와 관련해 2006년 1월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20억 원을 건넸다는 뇌물공여 혐의는 어느 정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박 회장은 “오히려 비싼 값에 샀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에게서 이 돈을 2006년 9월경 돌려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회장이 휴켐스 인수에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넨 사실만으로도 박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의견이다.

▽탈세 혐의=홍콩법인과 중국·베트남법인과의 원자재 거래를 통해 홍콩법인에 800억 원(이자 200억 원 포함)의 배당이익을 차명으로 예치해 두는 방식 등으로 200억 원대의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는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 결과에서 상당 부분 확인된 것이어서 박 회장이 혐의를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회장은 10일 검찰 소환 조사 뒤 귀가하면서 “홍콩법인의 존재는 인정한다. 그러나 조세법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 측은 “홍콩법인은 유령회사가 아니며, 해외사업 과정에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홍콩법인을 거쳐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고 일반적이다”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해외 배당소득은 국내로 유입된 흔적이 없어 이 돈의 사용처 등은 수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소명 충분=2005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작업이 진행될 당시 인수 정보를 미리 알고 박 회장이 본인과 가족 명의 등으로 세종증권 주식을 대량 매집해 20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는 혐의와 휴켐스 인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84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

박 회장은 휴켐스 매각 결정 직전인 2006년 5월경 이 회사 주식 104만 주를 본인과 가족 명의로 대량 매입했다. 박 회장 측이 주식을 매입했던 시점에 휴켐스 주가는 주당 6000∼7000원대였으나, 휴켐스를 인수한 뒤 주가는 2만 원 선까지 올랐다.

검찰은 박 회장이 세종증권과 휴켐스 인수합병과 관련한 정보를 일찌감치 ‘귀띔’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해 추가 의혹까지 거론하며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의 아파트 시행사업과 관련해 K사, D사 등 시행사 2곳이 박 회장의 위장 회사인지 확인하기 위해 10일 K사 회계부장 오모 씨를 불러 조사했다. 관련 진술 등이 확보되면 박 회장에게는 계열사인 정산개발 관련 배임, 횡령 혐의가 추가되고 수사 대상이 되는 박 회장의 자금은 300억 원이 더 늘어난다.

박 회장이 2007년 7월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했던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휴켐스 인수 때와 같은 로비가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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