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국장단과 한국드라마제작사 대표들은 11월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라디오공개홀에서 ‘드라마 위기 타개를 위한 드라마 제작자 결의문 발표회’를 갖고 “이전처럼 스타에 대해 높은 부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에 대한 출연료를 현실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SBS 구본근 드라마국장은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에 상한선을 둬야한다며 “상한선제는 지난해 9월에 얘기가 나왔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해 다시 논의되고 있다”면서 “당시 제기된 주연 1500만원, 조연 500만원선도 지금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액수도 주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방송 현실”이라며 “특히 조연급을 500만원으로 정하면 모든 조연들에게 그렇게 맞춰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각 방송사가 임의적으로 상한선을 맞추기로 한 것은 없다”면서 “방송사가 각 회사의 상황에 맞춰 출연료 상한선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 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방송사에 납품하는 드라마 제작사들과 협의해 각 작품의 상황에 맞춰 제작비와 출연료 등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며 “다소간의 마찰도 우려되지만 강력한 의지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작가의 고료 협상이나 배우의 출연료 협상에서 몇몇은 수용하기 힘들어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서로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측을 대표해 참석한 김승수 사무총장도 “방송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드라마 위기 타개를 위한 드라마 제작자 결의문’ 전문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경제에 닥친 어려움은 각자가 노력한 것 이상을 기대하는 질주에 경종을 울리고 성실하고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볼 것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방송3사의 드라마도 비슷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우리 선배 드라마 PD, 작가, 배우, 스탭들은 1956년 첫 TV드라마의 방송 이후 50여 년을 진지한 열정과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좋은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 시청자 여러분의 뜨겁고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덕분에 한국드라마는 우리나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대중들의 관심을 촉발하고, 한류의 중심으로서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데까지 기여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과장된 생각이 퍼지면서 출연료, 극본료, 각종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인상되고 직간접적인 제작 인력도 너무 많아지는 등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방송사의 수신료는 동결된 지 오래이고, 광고판매액도 매년 크게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해외판매수입까지 투여해도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방송사도 많은 적자를 보고 있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못하는 제작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방송사 편성에서 드라마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은 늘 단막극, 특집극 등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수지를 맞추기에 급급해 드라마의 본질에 대한 무관심과 포기가 일상화되고, 한국드라마의 인재개발과 새 장르 개발은 정체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이제는 방송사와 제작사, PD, 작가, 스태프, 배우 등 모든 드라마 종사자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지혜를 모아서 드라마를 살려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시대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밖으로 문화한류를 견인해야 할 중심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드라마는 돈벌이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시청자에게 돌아갈 정신적 혜택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류에 대해서도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 문화의 교류’라는 문화적 의미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청률 경쟁에만 골몰하여 사태를 이 지경까지 방치한 잘못은 우선 우리 방송사와 제작사들에 있습니다. 뼛속 깊이 반성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모으고, 정신을 가다듬어 드라마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을 회복하고 시청자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이제 방송사와 제작사는 스타급 배우에만 의존하는 기획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품격있는 내용으로 시청자와 만나겠습니다. 이를 위해 PD, 배우, 작가 등 창의적인 인력을 발굴하고, 새 장르 드라마 개발을 위해 서로 노력하겠습니다. 스타급 배우에 치우쳤던 출연료를 바로잡아서 조연급에 할당되는 비중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제작사는 과도한 투자보다 안정적인 제작으로 출연료 미지급 등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방송사와 제작사의 이윤추구가 아닌 드라마의 품질과 다양성 즉 시청자의 문화적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