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영역의 영향력이 역대 최고로 예상됨에 따라 상위권 대학이 확대한 ‘수능 중심 전형’이 ‘수리 중심 전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 반영과 함께 수리 반영 비중이 높아 수능 우선선발에서 수리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리 우선선발?=지난해 완전등급제로 치러졌던 수능이 올해 점수제로 환원되면서 상당수 대학들이 수능의 반영 비중을 크게 높였다. 특히 상위권 대학은 모집 정원의 절반 정도를 수능만으로 선발하고 있다.
문제는 사실상 ‘정시모집=수능모집’이 된 상황에서 수리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올해 수리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대학은 수능을 1단계에서만 반영하는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등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경우 같은 수리 1등급이라도 표준점수에서는 최대 20점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도 언어는 140점, 외국어는 136점인 데 비해 수리는 ‘가’형이 154점, ‘나’형이 158점이어서 사실상 수리영역을 뒤집을 요소가 없는 상황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백분위를 쓰는 여대나 중상위권대에서는 수리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수리가 절대적”이라며 “한양대처럼 기존의 반영 비중을 유지한 대학과 달리 인문계도 수리 비중을 높인 대학들은 수리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수능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리 ‘가’형과 ‘나’형의 유불리 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대학들도 탐구영역의 선택과목에 따른 편차를 줄이기 위해 백분위나 보정점수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리영역의 초강세로 영역 간 난도 차가 새로운 돌발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학들이 영역 간 난도 차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을 정한 뒤에야 수능이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영역 간 난도 차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표준점수를 쓰는 한 사립대 관계자는 “언어 수리 외국어의 영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수리 비중을 높여놨는데 상위권의 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상위권 학생들은 언어와 외국어 점수가 대동소이해서 인문계도 수학 점수로 합격자를 가리는 결과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수학에 취약한 여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 경희대에서 열린 중앙학원과 유웨이중앙교육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정정임(47·여) 씨는 “외고생인 딸이 언어와 외국어는 다 맞았는데 수리만 누적 분포에서 확 밀렸다”며 “여대에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수리영역의 고난도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평가원은 “언어와 외국어는 범교과적이라서 고난도 문항을 내면 출제 오류의 가능성이 높다”며 “상위권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교과 범위에서 출제하는 수리를 어렵게 내게 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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