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참사를 일으킨 범인 정상진(30)은 예비군 불참으로 구치소에 갈 상황에 처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조희진)는 11일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정상진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예비군 훈련 미참석으로 범행 당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앞서 정상진은 이미 전년도 예비군 훈련 불참으로 부과된 벌금 150만 원을 내지 못해 지명수배됐다. 만약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 지명수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구치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는 2004년 2월께부터 “고시원에 불을 질러 다른 입주자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인 뒤 경찰에 의해 죽음을 맞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때부터 범행 직전까지 흉기, 가스총, 인화물질 등을 차례로 구입했다.
정상진은 검찰에서 “경찰에 나가면 벌금으로 감옥에 가게 될 텐데, 이때 고시원 사람이 짐을 치우려고 내 방에 들어오면 범행 도구가 발각될까 걱정돼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한 달 동안 그의 정신상태를 감정한 국립법무병원은 “오랫동안 계획한 점에 비춰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